2019. 4. 27. 05:03ㆍ에너지 · [ 자원 ]
탈원전 논란과 함께 한전 전기요금 오르나…한전 지난해 2080억원의 영업적자
한국전력이 정부의 탈원전, 신재생·친환경 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 정책 때문에 실적이 악화됐다는 연이은 지적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한전이 이달 초 발표한 ‘2018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에너지믹스 전환을 위한 전력시장제도 개편에 대비해 대규모 설비투자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소요되는 정책비용의 증가로 연결회사의 재무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힌 게 한전 스스로 탈원전에 따른 실적악화를 자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아연실색하는 모습입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60조6276억원으로 전년대비 1.3%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1년 만에 큰 폭으로 하락한 영업이익입니다. 한전은 지난해 208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바로 1년 전인 2017년에 4조95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가히 충격적이라 할 정도로 큰 폭의 급락세를 보인 것입니다. 전년도에 1조4414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도 1년 만에 적자로 전환돼 1조1745억원의 당기순손실로 둔갑했습니다.
하지만 한전은 이 같은 영업적자가 탈원전 정책 추진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한전은 이번 사업보고서 내 ‘실적정보’를 통해 지난해 영업적자가 발생한 것은 국제에너지가격 상승에 따른 연료비와 민간구입전력비가 각각 3조6000억원, 4조원 증가하고 신규발전기 준공 등 전력설비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 등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공시했음을 상기시켰습니다. 다시말해 지난해 영업적자의 주된 원인이 국제 연료가격 상승이라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는 것입니다.
특히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 증가로 재무여건이 악화됐다’고 한전 스스로 자인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업보고서 내 ‘이사의 경영진단 및 분석의견’ 항목에 영업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예측정보와 실적정보를 함께 공시하고 있다”며 “예측정보는 구체적으로 계량화된 비용이나 결산실적 규모가 아니라 다양한 가정에 기초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사건 또는 불확실성이 재무여건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내용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탈원전 논란과 함께 한전을 곤혹스럽게 하는 이슈는 전기요금 인상설입니다. 탈원전이든 국제 연료가격 상승 때문이든 한전이 영업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전기요금 현실화(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줄곧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김종갑 한전 사장이 자신의 SNS에 콩(연료)과 두부(전기)를 인용해 전기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제기하는 듯한 글을 올려 논란을 부추긴 바도 있습니다.
국내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사용량요금으로 나눠지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기요금체계는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교육용, 농사용 등으로 구분해 용도별 차등요금제를 적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중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지난 2016년 개편됐습니다. 이전까지 100kWh 단위로 세분화된 전기요금 누진 구간을 변화한 소비패턴과 가구분포를 반영해 200kWh 단위로 확대해, 결과적으로 주택용 누진제를 6단계에서 3단계로 줄인 게 주된 골자였습니다.
당시 개편안을 발표했던 산업통상자원부는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으로 기존보다 요금부담이 증가하는 가구는 없으며, 가구당 연평균 11.6%, 여름·겨울 14.9%의 전기요금 인하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평상시 월 350kWh를 사용하는 4인가구의 전기요금은 6만2910원에서 5만5080원(부가세, 기반기금 포함)으로 7830원 인하되고, 여름철 에어컨 가동에 따라 600~800kWh로 전기사용이 증가해도 이전보다 전기요금 부담이 크게 경감된다’는 부가설명도 함께 첨언했습니다.
하지만 이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조만간 다시 바뀔 예정입니다. 감사원이 최근 가정용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누진제 구간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권고했기 때문입니다. 감사원은 지난 18일 발표한 ‘전기요금제도 운영실태’ 감사결과를 통해 정부가 2016년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에어컨 사용량을 누락했다며 국민의 냉방권 보장 차원에서 이를 포함해 누진제 구간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현재 각 주택에서는 사용하는 전기 사용량이 1단계, 즉 200kWh 이하일 때는 1kWh당 93.3원의 전기요금을 내고 있습니다. 에어컨 등을 자주 틀어 전기 사용량이 201kWh 이상 400kWh 이하 2단계 구간에 해당되면 187.9원, 401kWh 이상 3단계부터는 280.6원이 적용됩니다. 이 같은 3단계 누진제 개편 당시 산업부는 2014년 기준 가구당 보유대수가 0.8대 이상인 형광등·선풍기·TV·세탁기·냉장고 등 가전기기의 가구별 월평균 사용량인 197kWh를 필수사용량으로 보고 이를 전기요금제 개편의 근거로 삼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감사원은 2017년도 ‘가구에너지 상설표본조사’와 ‘에너지 총조사’ 자료를 근거로 에어컨의 가구당 보유량 역시 요금제 개편이 단행된 2016년도에 이미 기준인 0.8대를 넘어섰다고 지적했습니다. 에어컨의 경우 2014년 기준 가구당 보유대수가 0.76대에 해당돼 정부가 요금제 개편 당시 필수사용량에서 에어컨 월평균 사용량을 제외한 것인데 이게 오류였다는 것입니다.
현재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원가와 수익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히고 있습니다. 한전 역시 공식적으로는 현재 민관 TF를 통해 다양한 누진제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한전 영업적자 보전을 위한 전기요금 인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적어도 ‘탈원전-한전 영업적자-전기요금’으로 이어지는 상관계는 ‘없다’는 게 정부와 한전 측의 입장인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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