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6000억대 영업적자..전기요금 인상 논란 예고

2019. 5. 14. 23:13에너지 · [ 자원 ]

한전, 6000억대 영업적자..전기요금 인상 논란 예고

 

 

한국전력이 1·4분기 6000억원대 영업적자(연결기준)를 냈다.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이자, 지난해 이어 2년 연속 적자다. 국제 연료가격 상승 및 전력구입비 증가, 원자력발전 이용률 저하, 신재생 정책비용 증가 등의 복합적인 영향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당분간 영업손실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의 지속된 영업적자가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가정용 누진제, 산업용 경부하요금제 등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여름 폭염 전, 전기요금 개편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한전 1·4분기 6299억 영업손실

14일 한전은 올해 1·4분기 경영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629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별도기준으로 24114억원 적자다. 전년 동기 영업손실 1276억원에 비해 5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당기순손실도 761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0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동기 보다 2.9% 감소한 152484억원이었다.

 

한전은 2013년부터 20173·4분기(20132분기 제외)까지 5년간 4000억원대에서 4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20174·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전력 성수기인 지난해 3·4분기를 제외하고 지난해 4·4분기, 올해 1·4분기까지 적자가 계속됐다.

 

김갑순 한전 재무처장은 1·4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에 대해 "원전이용률의 큰 폭으로 개선됐으나, 국제 연료가 상승으로 민간발전사로부터 전력구입비가 증가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올 1·4분기 겨울 추위가 덜했던 탓에 전기가 덜 팔렸는데 연료가격은 올랐다는 것이다.

 

원전이용률 상승(20181·4분기 54.9%20191·4분기 75.8%)과 발전 자회사의 석탄 발전량 감소(60.2TWh 53.6TWh)로 연료비는 4000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전년보다 추위가 덜해 전기 판매량이 1.4% 줄었다. 전기 판매수익도 3000억원 감소했다. 그럼에도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단가가 13.4% 상승하는 등 국제 연료가격은 올랐다. 특히 민간 발전사에서 사오는 전력구입비가 7000억원(13.7%) 증가했다. 한전의 1·4분기 기준 전력구입비는 총 153464억원이다.




 

전기요금 인상 등 논란 예고

 

한전은 올해도 불확실성이 크다. 연료가격 상승 전력구입비 증가 정책비용 증가라는 한전 영업적자의 3대 요인이 즉각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및 환율 상승 등 대외 경영환경 변동성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신재생에너지 자금 보조, 탄소배출권 거래 등 문재인 정부 들어 정책비용이 계속 늘고 있는 것도 한전에 큰 부담이다. 지난해 정책비용이 6조원에 달했는데,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우기 강원도 산불 피해 보상 등의 예기치 않은 변수도 있다.

 

다만 원전 정비계획이 마무리되는 등 원전 이용률(1·4분기 75.8%)이 꾸준히 상승하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원전 이용률이 과거 수준인 80%대로 회복되면 한전은 발전단가가 높은 민간 LNG 발전소 등에서 덜 사와도 된다.

 

관심은 전기요금 인상이다. 현재 개편작업 중인 가정용, 산업용 전기요금이 일부 현실화한다면 한전은 원가 이하로 전기를 판매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 타이밍은 최악이다. 6000억원대 영업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물가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전기요금이 올라간다면,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전 적자 만회를 위해 전기요금을 올린다는 식의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요금은 모든 국민에게 부담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김종갑 한전 사장이 "수익 중립적인 선"에서 왜곡된 전기요금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명분도 퇴색될 수 있다. 한전은 올해도 2조원대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으나, 사업·인력 구조조정 등 여러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김 처장은 "한전과 전력그룹사는 신기술을 적용한 공사비 절감 등 재무개선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