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0. 00:39ㆍ사건 · [ 사고 ]
소방대장 빈소 눈물바다…문대통령, 쿠팡화재 소방관 희생에 "마음 아프다
"나도 데리고 가거라 아들아" / 순직 소방대장 빈소 눈물바다 / 실종 48시간 만에 수습 / 하남 마루공원에 빈소 마련 / 21일 광주시민체육관서 경기도청장(葬) 예정 / "아이고 내 새끼 너 없이 어떻게 살아" / 김부겸 총리, 화재 진압 중 숨진 소방관 빈소 조문 / 큰불 난 쿠팡 물류창고 DB손보 등에 4천15억 재산보험 가입 / '기적 바랐건만' 쿠팡 화재현장 김동식 구조대장 끝내 주검으로 / 쿠팡 노동환경·창업자 행보 비판 커지며 탈퇴 이어져
쿠팡물류센터, 화재인명 수색 위해 건물 진입했다가 고립 됐다 48시간만에 발견된 순직 소방대장 동료들 먼저 내보내고 마지막까지 남았다가 참변 문대통령, 쿠팡화재 소방관 희생에 "마음 아프다며 유족에게 위로" 동료들 "타오르는 불길에도 주저없이 뛰어들던 대장"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덕평물류센터에 대해 가입한 재산종합보험의 보험 가입금액은 총 4천15억원 규모다. 재산피해만 놓고 볼 때 건물과 시설에 대한 가입 금액은 각각 1천369억원과 705억원, 재고자산에 대한 가입금액이 1천947억원이다. |
이날 오후 경기 하남 마루공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52ㆍ소방경) 빈소에서 김 대장의 어머니는 영정 앞에 앉아 목놓아 울었다.
먼저 간 아들 소식에 자리에 주저앉은 어머니는 "나도 데리고 가거라"며 오열했고, 동료 소방관들을 붙잡고는 "다른 사람 살리려다 당신네가 죽으면 누구 손해요"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19일 단상에는 김 대장의 소방모와 그가 생전 현장에서 입던 기동복이 곱게 개인 채 놓여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이날 영정 양옆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의 조화가 놓였고, 복도에도 김오수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등 정치권 인사들의 조화와 근조기가 줄을 이었다.
상복을 입은 김 대장의 아내와 두 자녀도 고개를 숙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김 대장의 어머니는 손자·손녀를 바라보며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어서 어떻게 하니"라며 흐느꼈다.
빈소가 마련된 이날 오후부터 김 대장과 함께 근무한 경기 광주소방서 소속 소방관 20여 명은 가슴에 검은색 '근조' 리본을 달고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김 대장과 함께 근무했다는 소방관 A(56) 씨는 "쿠팡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하기 하루 전 열린 소방기술 경연대회에서 김 대장이 이끄는 팀이 입상해 광주소방서가 축제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겨 황망하다"며 "다부진 모습으로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봐도 망설이지 않고 뛰어들던 동료가 그립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1995년 초임 시절부터 김 대장과 고락을 함께한 같은 소방서 조우형 119구급대장(소방위)는 김 대장이 퉁명스러워 보이면서도 여리고 마음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함께한 첫 출동은 공교롭게도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장이었는데, 처음 보는 시신에 조 대장이 긴장한 기색을 보이자 김 대장은 "이런 현장 많이 보게 될 거니 침착하게 현장 활동하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김 대장은 "오늘은 현장에 들어오지 말고 밖에서 대기하라"며 첫 출동인 조 대장을 배려해줬고, 현장 수습을 마친 뒤에도 현장 대응 요령 등을 설명하며 용기를 북돋아 줬다고 한다.
조 대장은 "선배로서 퉁명스럽게 이야기해서 다가가기 어려운 면도 있었지만, 맡은 바 임무는 묵묵히 해내고 걱정거리에 대한 내색 없이 본인이 짊어지고 해결하는 사람이었다"며 "처음 사수로 만나 현장에 대해서 다 가르쳐 준 분"이라고 김 대장을 추억했다.
이어 "위험한 현장에서도 2차 위험요인을 줄이기 위해 늘 공격적으로 화재 진압을 하던 선배였다"며 "구조대장 역할을 맡아 대원들과 가장 위험한 곳에 투입되면서 가장 먼저 들어가고 가장 마지막에 나오던 분이었는데 그게 이런 참변으로 이어졌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앞서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10시 32분 화재 당일 건물 내부에서 실종된 김 대장을 찾는 수색팀 15명을 투입해 10시 49분에 지하 2층 입구에서 50m가량 떨어진 곳에서 김 대장의 유해를 발견했다.
수색팀은 현장을 정리한 뒤 오전 11시 32분부터 유해 수습을 시작해 낮 12시 12분에 완료했다. 김 대장이 실종된 지 48시간 만이다.
경찰은 유해의 정확한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유족 동의를 받아 오는 20일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원에 보내 부검할 예정이다.
한편 마루공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서는 이날 오후 5시께부터 조문객을 받기 시작했다.
빈소에는 김부겸 국무총리, 김상호 하남시장 등 정치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날 빈소에는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도 빈소를 찾아 "고인의 숭고한 헌신에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유족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모든 지원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큰불이 난 경기 이천 소재 쿠팡 덕평물류센터는 DB손해보험 등 4개 손해보험사가 공동으로 인수한 4천억원대 재산종합보험에 가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덕평물류센터에 대해 가입한 재산종합보험의 보험 가입금액은 총 4천15억원 규모다.
재산피해만 놓고 볼 때 건물과 시설에 대한 가입 금액은 각각 1천369억원과 705억원, 재고자산에 대한 가입금액이 1천947억원이다.
쿠팡 물류센터 보험 계약을 공동인수한 보험사는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등 4개 손해보험사다. 이 가운데 DB손해보험의 책임 비중이 60%로 가장 크다. 흥국화재의 인수 비율은 5%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로서 재산 피해규모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붕괴 우려가 나올 정도로 강한 불길에 오래 노출돼 건물, 시설물, 재고가 대부분 연소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피해조사에서 건물, 시설물, 재고자산이 모두 불에 타 전부 손실된 것으로 확인되면 쿠팡은 손해액(보험 가입금액)의 10%를 제외한 3천600억원가량을 보험금으로 받게 된다.
보험 계약을 인수한 보험사와 재보험사는 회사당 많게는 수백억 원에 이르는 보험금 지급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 인수 비율이 가장 높은 DB손해보험 관계자는 "아직 피해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손해액이나 보험금 규모를 논하기는 너무 이르다"며 말을 아꼈다.
DB손해보험 등 4개 보험사는 재보험사 코리안리와 재보험 계약을 통해 쿠팡과 보험 계약의 부담을 일부 이전했다. 여기에 더해 각사는 남아 있는 보험금 책임에 대해 개별적으로도 재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4개 보험사가 공동으로, 또 각각 재보험 계약을 통해 위험을 분산했지만 피해 규모가 막심할 것으로 보여 보험금 지급과 재보험사에 지불해야 하는 추가 보험료를 합쳐 수백억에 이르는 보험사도 있을 것"이라며 "이번 화재가 관련 보험사 실적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국내 대표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의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지난 17일 불이 났을 때 건물 내부에 진입했다고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52).
그는 실종 후 48시간 동안이나 어둠 속에 갇혀 있다 이날 낮 12시 10분께서야 주검이 되어 동료들 품으로 돌아왔다.
김 대장은 덕평물류센터에서 불이 난지 2시간 40여분 만인 17일 오전 8시 19분께 큰 불길이 잡히면서 화마의 기세가 다소 누그러진 뒤인 오전 11시 20분께 동료 4명과 함께 인명 검색을 위해 건물 지하 2층에 진입했다.
당시 김 대장 등이 지하 2층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창고에 쌓인 가연물을 비롯한 각종 적재물이 무너져 내리며 불길이 세졌다. 이에 오전 11시 40분께 김 대장과 동료들은 지하 2층에 진입할 때와 반대 순서로 탈출을 시도했고, 선두로 진입했던 김 대장은 탈출 대열의 마지막에 있었다.
급박한 상황 속 대원들은 구사일생으로 불길을 뚫고 건물 밖으로 탈출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뒤를 지켰던 김 대장의 모습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소방 관계자는 "김 대장의 동료들은 건물 밖으로 나온 뒤에야 김 대장이 못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김 대장은 화재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20분가량 버틸 수 있는 산소통을 메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국은 즉시 구조작업에 돌입했다. 유독가스와 열기로 가득 차 깜깜해진 실내를 헤집으며 김 대장의 위치를 수색했다. 그러나 불이 건물 전 층으로 확산하면서 김 대장 구조작업은 17일 오후 4시께 일시 중단됐다. 불길이 워낙 거센 데다 장시간 화재로 붕괴 위험까지 겹치면서 구조인력이 진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불길은 만 하루가 넘도록 잡히지 않았다. 내부에 인화성 물질이 워낙 많은 탓에 소화 용수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그렇게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갔다.
그러던 이날 오전 10시 50분. 김 대장이 실종된 지 47시간이 지난후에야 수색작업이 재개됐다. 이어 한 시간 남짓 만에 물류센터 건물 지하 2층에서 김 대장의 유해가 발견됐다.
김 대장과 20년가량 가까이 지낸 경기 광주소방서 문흥식 예방대책팀장은 김 대장에 대해 "현장에 가면 직원들이 다치지 않도록 주변을 한 바퀴 먼저 돌아봤다"며 "항상 힘든 일을 도맡아 하며 솔선수범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 진짜 대장"이라고 했다.
김 대장은 1994년 4월 소방에 입문한 27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경기지역 소방서에서 구조대와 예방팀, 화재조사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다.
소방행정유공상, 경기도지사 표창장 수상 등 각종 상을 받으며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받았고 응급구조사 2급, 육상무전 통신사, 위험물 기능사 등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남다른 학구열을 보이기도 했다. 김 대장은 아내와 20대 남매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를 계기로 쿠팡의 노동환경과 창업자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쿠팡을 탈퇴하고 쿠팡 앱을 삭제했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는 등 불매운동 조짐도 있다.
트위터에서는 '쿠팡 탈퇴'가 실시간 트렌드가 되고 있으며 고객들은 탈퇴를 인증하는 이미지 등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쿠팡을 둘러싼 여러 문제에 대한 대응을 보면서 쌓여가던 소비자들의 실망감이 이번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탈퇴라는 형태로 표출된 분위기다.
쿠팡은 '로켓배송'(익일배송)이라는 빠른 배송을 내세워 국내 대표 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쇼핑몰 이용이 늘면서 전년보다 91% 늘어난 13조원 매출을 올렸다. 이런 실적을 기반으로 올해 3월에는 미국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주목을 받았다.
쿠팡은 외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회사 운영 방식을 두고는 논란은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특히 물류센터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빠른 배송'을 강조하다 보니 물류센터 근무자들에게 지나친 노동을 강요한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
1년 4개월간 경북 칠곡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장덕준씨는 지난해 10월 12일 심야 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뒤 자택에서 쓰러져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은 올해 2월 장씨 죽음이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보고 산업재해로 인정했지만, 장씨의 유족들은 회사 측에서 진심을 담은 사과조차 없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물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때도 당시 보건당국이 마스크 착용과 환기, 소독 같은 방역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자 외부 요인에 원인을 돌리며 반발해 비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하며 소비자들의 분노가 커졌다.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여러 차례 화재 위험 등을 제기했는데도 회사 측에서 안일하게 대응해 결국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참사로 이어졌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김범석 창업자가 최근 한국 쿠팡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난 사실이 알려지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범석 창업자는 산업재해로 인해 노동자 사망 사고 등이 발생해도 한국 쿠팡에서 아무 직위가 없는 만큼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앞서 지난 5월에는 미국 국적임을 내세워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총수(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김범석 창업자는 한국 쿠팡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상장법인 쿠팡 아이엔씨(Inc.)의 의결권 76.7%를 갖고 있지만 총수 지정에 따른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경기도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던 소방관의 순직 소식에 애도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의 순직 소식을 듣고 "다른 소방대원들의 안전부터 먼저 챙기며 헌신적인 구조활동을 벌인 구조대장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 기다렸는데 마음이 아프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마음 깊이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박 대변인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분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정부는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포함하여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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