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0. 09:55ㆍ에너지 · [ 자원 ]
한국전력, 1분기 전기요금 인상 유보…대선 앞두고 인플레 압박 우려에 동결
내년 3월 대선 앞두고 인플레 압박 우려에 동결 / 연료비 연동제 유명무실 / 김종갑 전 한전 사장 “한국, 요금·수수료 / 물가 관리 수단으로 삼는 유일한 선진국”
정부와 한국전력이 내년 1분기(1~3월)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했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높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연료비 상승에도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위적으로 묶어놓음에 따라 연료비 연동제 도입 취지가 사실상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일각에선 과거처럼 연동제가 도입됐다가 제대로 시행도 되지 못하고 폐지되는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전은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 1~3월분 최종 연료비 조정단가를 지난 4분기와 동일한 kWh당 0원으로 확정했다고 공지했다. 연료비 조정단가를 올해 4분기 수준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면서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한전은 올해부터 분기마다 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발전 연료비를 요금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연료비 변동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연료비 변동분은 실적연료비(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와 기준연료비(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의 차액으로 산출한 '연료비 조정단가'로 결정된다.
한전의 이날 공지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조정단가는 29.1원/kWh이다. 유연탄, LNG, BC유 등의 가격 급등으로 기준연료비(2019년 12월~2020년 11월, 289.07원/kg) 대비 실적연료비가 178.05원/kg 상승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한전은 분기별 조정폭을 적용해 3원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했으나 정부가 '유보'를 결정하면서 동결됐다.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올해 4분기와 동결한 데는 인플레이션 압박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월보다 3.7%오르면서 2011년 12월이후 10년여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이 공공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결을 선택한 것으로 읽힌다. 전기와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은 다양한 상품·서비스의 원재료라는 점에서 공공요금 인상은 여타 물가 인상의 도화선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시장 경제 체제에서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가격인 만큼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를 확인하는 채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전기요금 합리화’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연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벌써 폐지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2011년에도 연동제를 도입했다가 유가 상승기와 맞물려 시행을 미루다 2014년 폐지한 전례가 있다.
전력시장 규제에 대한 정부 정책의 신뢰 역시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요금 동결 부담은 한전이 오롯이 지게 됐다. 한전은 올해에만 4조원 내외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데다 증권가에서는 손실 규모가 내년에는 5조 원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 2008년 한전의 대규모 적자 당시 정부가 6680억 원의 예산을 긴급 투입했던 전철을 되풀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김종갑 전 한전 사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나라는 요금과 수수료를 물가 관리 수단으로 삼는 유일한 선진국인 것 같다”며 “한전은 적자 누적으로 70조 원을 차입해 지난해에만 2조 원의 이자를 물었다는 점에서 정부는 (전기 요금 동결 시) 나중에 차입 원리금까지 포함해 국민이 더 많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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