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21. 16:39ㆍ우주 · [ 과학 ]
도로·인도 주행 못하는 韓國 배달 로봇…정부 규제 완화 시급 대체 일자리 창출도
▎정부 규제 풀고 기업-고객 매칭 도와야 / ‘돋보인’ Startup] 로봇이 ‘배달’하는 시대가 왔다 / 스타트업, 상용화 ‘초읽기’ / 뉴빌리티, 배달로봇 출시 / 근거리 배달서비스 예정 / 트위니, 실외 주행로봇 / 음식배달 실증 착수 / 와이닷츠, 앵무새 로봇으로 ‘치매환자’ 케어
로봇 배달 스타트업 뉴빌리티가 만든 자율주행 배달 로봇 ‘뉴비(좌)’와 배달의민족 배달 로봇 ‘딜리타워(우)’.IFR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은 연평균 32%씩 성장해 2025년 1772억달러(약 21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산업용 로봇 시장의 경우 매년 14%씩 성장하고 있고 올해는 63만여대의 산업용 로봇이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용 로봇은 더 빠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가정용 서비스 로봇 시장은 2019년 46억달러(약 5조4100억원)에서 올해 115억달러(약 13조5000억원)로 연평균 35.7%, 전문 서비스 로봇은 126억달러(약 14조8300억원)에서 380억달러(약 44조7450억원)로 매년 평균 44.5% 성장할 전망이다. |
로봇 산업이 기업 블루오션으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이 2025년 200조원을 웃도는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한국의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는 세계 4위 수준으로 글로벌 시장 위상도 꽤 높다. 하지만 현실을 못 따라가는 낡은 규제 탓에 로봇 상용화는커녕 개발마저 쉽지 않은 처지라 규제 개혁 등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거세다.
야식을 주문한 뒤 초인종이 울려 문 열었더니 정체불명의 로봇이 음식을 갖고 다가와 카드결제를 요구한다면 어떨까.
로봇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로봇과는 지금도 동행하고 있으나 친근하게 어깨동무 할 시기가 멀지 않았다. 로봇은 인공지능과 결합해 개발되고 있기에 점차 사람의 모습을 갖춰갈 가능성도 높다.
한국은 2005년 한국과학기술원 연구팀이 휴보(HUBO)를 개발함으로써 로봇 강국의 대열에 합류했다. 과거 ‘반짝 출현’했던 로봇은 이제 ‘상용화’ 단계에 와 있다. 스타트업들이 ‘로봇세상’을 열어 가고 있다.
급성장하는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우리나라 위상은 높다. 한국은 제조 현장에서 근로자 1만명당 932대 로봇을 사용해 로봇 밀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자동화된 상위 5개국’에는 싱가포르, 일본, 독일, 스웨덴을 포함해 한국이 매년 이름을 올린다. 밀턴 게리 IFR 회장은 “한국은 일본, 중국,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로봇 시장”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로봇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로봇 기업의 총 매출은 5조4736억원, 생산 규모는 5조280억원으로 같은 해 산업용 로봇 세계 1위 기업 일본 ‘화낙(FANUC)’ 한 곳의 매출(5조5455억원)에도 못 미친다.
로봇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각종 정부 규제가 로봇 산업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토로한다. 도로교통법, 생활물류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가로막힌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대표적이다. 국내 배달 로봇 시장은 우아한형제들, 뉴빌리티 등 스타트업뿐 아니라 LG전자, KT 등 대기업까지 경쟁에 나선 상태다. 그럼에도 규제 혁신 속도는 늦다.
예컨대 국내에서 배달 로봇은 차도나 인도에서 주행할 수 없다. 도로는 자동차나 말이 아니라 못 가고 인도는 사람이 아니어서 못 달린다. 생활물류법상 배달 로봇은 운송 수단으로도 분류되지 않는다.
그래서 배달 로봇이 야외에서 운행을 하려면 사람이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 자율주행 로봇에 달린 카메라에 행인이 찍히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일부 업체는 법망을 피하려고 자동차용 블랙박스를 달아 주행 테스트에 나서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기업들이 어렵게 로봇을 만들더라도 밖에서 달리지도, 데이터 수집을 하지도 못하니 개발에 차질이 생긴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행인과 사물을 감지하고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기술이 마련돼 있는데도 단지 규제 때문에 상용화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4월 정부가 부처 합동으로 ‘2021년 로봇 산업 선제적 규제 혁신 로드맵’을 내놓고 2025년까지 배달 로봇의 보도 통행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아직 로봇의 도로 주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받은 경우에만 일부 가능하다. 국내 기업들이 규제가 풀리기만 기다리는 사이 상용화 시기도 조금씩 미뤄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국내 업체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정부가 발 벗고 나서 규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배달 로봇 사례처럼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거세다.
정지혜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선임연구원은 “서비스 로봇은 새로운 로봇이 출시될 때마다 법의 영역 밖에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사용 자체가 불법인 사례가 많다. 매번 일일이 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신청하고 적용받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서비스 로봇 기업이 많이 등장하는 만큼 이 같은 규제를 시장 상황에 맞게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미 2016년 버지니아주, 워싱턴DC, 펜실베이니아주 등에서 배달 로봇을 운송 수단을 넘어 ‘보행자’로 규정하고 배달 로봇 주행을 허가했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구글’로 불리는 얀덱스가 한국 지사를 설립하며 한국 배달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얀덱스코리아가 지난해 말 한국 시장에 설립된 이후 쿠팡이츠 등 한국 배달 앱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일본 역시 배달 로봇이 도로를 주행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시적인 규제 샌드박스 위주로만 논의가 이뤄지는 한국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규제를 완화하는 ‘톱다운’ 과제가 해결됐다면 기업 단위 판로를 개척하는 ‘보텀업’ 지원도 필요하다. 잘 만든 로봇도 실제 현장에서 쓰임새가 알려져 보급돼야 의미가 있다는 것. 하지만 국내 로봇 기업 대부분이 자금력과 영업 노하우가 부족한 스타트업, 중소기업이라 판로 개척이 쉽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국내 로봇 기업 2508개 중 96.2%가 중소기업이다. 매출이 10억원 미만인 소규모 사업체도 61.5%로 나타나 절반을 넘는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로봇은 연구개발(R&D) 부문에서 주로 투자가 이뤄진다. 하지만 좋은 기술을 개발해놓고도 로봇 판매처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를 연결하고 지원하는 것도 기술 개발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가 최근 상용화 자율주행 배달로봇 모델 ‘뉴비(NEUBIE-01)’를 출시했다. 이번에 출시된 '뉴비'는 올해 4분기 서울 강남 등 도심지역에서 자율주행 근거리 배달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며, 성공하면 로봇배달 서비스 중 도심 자율주행 첫 상용화 사례가 된다.
뉴빌리티의 로봇 배달 서비스는 지난 9월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대상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에 이달 인천 연수구에서의 첫 배달 임무 수행을 시작으로 서울 도심 등지에서 본격적인 배달 서비스를 진행한다.
'뉴비'에는 복잡한 도심 자율주행 배달 서비스 구현을 위해 다양한 변수를 대비한 기능이 탑재됐다. 10개 이상의 고성능 정밀도를 갖춘 카메라와 레이더, 초음파 센서 등의 기술을 융합해 실시간 도로 상황 등을 인지, 예측하는 방식으로 운행된다.
특히 주행 중 마주치는 보행자, 반려동물 등을 감지하고 미리 피하는 인공지능 기술 응용에 주안점을 뒀다. 또 상품을 보내고 받는 고객,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등과 교감할 수 있도록 전면부에 눈 모양의 원형 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감정 표현이 가능하며,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도 특징이다.
이와 함께 구동부와 적재부를 구분하는 허리띠 형태의 LED 조명을 설치했다. 다양한 색상으로 로봇 상태를 표시해 어두운 곳에서 로봇을 쉽게 식별할 수 있다. 뉴빌리티는 다수의 플랫폼 기업, F&B, 리테일 기업들과 배달로봇 서비스 도입을 협의 중에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특히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전략적 투자를 이끌어 낸 것으로 평가된다.
뉴빌리티는 지난 7월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서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투자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뉴빌리티는 캡스톤파트너스, 퓨처플레이, 신한캐피탈로부터 14억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 투자를 완료했다.
뉴빌리티 이상민 대표는 “이번에 출시한 뉴비는 도심을 누비는 자율주행 성능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라스트마일 배달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즐거움을 주는 귀엽고 똑똑한 로봇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트위니가 27~30일까지 열리는 ‘2021 로보월드’에서 실외 주행로봇을 공개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특히 트위니는 이번 행사에서 실외 주행로봇 실물 공개와 함께 공공 배달앱과 연계한 서비스를 소개할 계획이다.
실외 주행로봇은 3차원 라이다센서와 관성 측정 센서, 인공위성을 이용한 실시간 고정밀 이동 측량 시스템을 통해 자기 위치를 정확하게 추정하고, 스스로 주변 지도를 그리면서 목적지까지 찾아갈 수 있다.
이동 중에 행인 등 장애물을 스스로 회피하며, 최대 30㎜ 단차와 경사도 5도까지 극복할 수 있다. 실외 주행로봇은 공원이나 아파트단지 등 넓고 복잡한 환경에서도 목적지까지 스스로 찾아갈 수 있어 비대면 음식 배달 서비스, 택배 및 분리수거 업무 등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트위니는 지난 20일부터 실외 주행로봇을 활용해 세종중앙공원에서 음식 배달 기능을 수행하는 실증에 착수한 상태다. 이용자가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실외 주행로봇이 주문자 위치까지 음식을 배달하는 방식이다.
트위니 천영석 대표는 “자사가 개발한 실외 주행 로봇은 자율주행 배달 서비스 구현을 위해 다양한 변수를 대비한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라며 “배달 로봇이라는 사용에 맞춰 보안성과 편의성을 더했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에는 미래에셋증권과 로그인베스트먼트, 아이비케이캐피탈, 와이지인베스트먼트, 이지스투자파트너스, 펜타스톤인베스트먼트, 하랑기술투자, 현대차증권 등이 참여했다. 이로써 트위니는 2017년 시드 투자 3억원, 2019년 시리즈A 투자 40억원 등 누적 투자금 210억원 이상을 확보하게 됐다.
로봇제작 스타트업 ‘와이닷츠’가 최근 최대 3억원의 사업화 자금 지원과 함께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최대 2000만원 상당의 크레딧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고 창업진흥원에서 전담하는 2021년 창업도약패키지 대기업협업 프로그램에 최종 선정된 것이다.
창업도약패키지는 3~7년 도약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지원사업이며, 선정된 기업은 지원 사업을 통해 사업화 및 도약기 특화 프로그램,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스케일업 프로그램 등을 지원받게 된다.
특히 대기업협업 프로그램은 SK이노베이션, NAVER Cloud, CJ와 협업해 진행되며, 와이닷츠는 NAVER Cloud가 운영하는 ‘이웃 프로그램’에 선정돼 NAVER Cloud의 지원을 받게 된다.
와이닷츠는 앵무새 로봇 ‘피오(PIO)’이란 제품을 연상하면 된다. 피오를 통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수행하고 일상에 로봇이 함께하며 치매 환자를 케어하는 것이 와이닷츠의 목표다. 현재 유병율이 10.2%(2018년 기준)에 달하며 치료와 예방이 매우 힘든 질병으로 알려진 이 질병의 환자를 로봇을 개발해 케어한다는 구상 자체가 독특하고 기특하기만 하다.
와이닷츠는 지난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인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로부터 1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으며 일부 대기업들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현재 피오를 활용한 프로그램은 친근감을 주는 외형과 목소리, 환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술 등에서 타 프로그램과 차별화되고 있다.
이런 점이 부각되면서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안심마을, 노인종합복지관, 치매전담형 데이케어센터 및 재활요양병원 등에 전국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일례로 로봇 스타트업 ‘알피’는 사람 대신 건물 외벽에 벽화를 그리는 로봇을 개발하고도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은 대표 사례다.
화력발전소 굴뚝 등 사고 위험이 높은 현장에서 로봇을 이용해 건물 외벽을 칠하려는 수요가 있었지만 알피 제품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탓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등 외부 기관 지원을 받아서야 비로소 판로를 찾을 수 있었고 로봇 쓰임새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해외 진출까지 성공했다.
A협동 로봇 제조 기업 관계자는 “로봇은 결국 고객사 수요에 맞춰 제작해야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선뜻 막대한 비용을 들여 로봇을 도입하기 쉽지 않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로봇 업체와 수요처를 매칭해주는 한편 로봇을 도입하는 기업에 비용을 지원하는 식으로 판로 개척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봇 보급으로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체할 새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역시 숙제다. 글로벌 경제 전망 업체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2000만개 제조업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봤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표 산업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자동화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정부가 로봇을 비롯한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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