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만 숨진 차량 추락사고 해경 차량실험서 실마리…'살인 혐의' 친오빠 숨진 채 발견

2022. 6. 4. 06:18사건 · [ 사고 ]

동생만 숨진 차량 추락사고 해경 차량실험서 실마리'살인 혐의' 친오빠 숨진 채 발견

 

동생만 숨진 추락 전날 영장실질심사 불출석 / 친오빠 숨진 채 발견 극단적 선택 추정 / 동생만 숨진 추락 해경 실험서 찾아

 

지난달 3일 부산시 기장군 동백항에서 40대 남매가 탄 차량이 바다에 추락해 여동생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그동안 살인 혐의를 받던 친오빠가 숨진 채 발견됐다.

 

울산해양경찰서는 3일 오후 712분께 경남 김해시 한 공사장 주변에 주차된 차량 내부에서 친오빠 A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동백항 사건은 지난 18일 오후 2시 부산시 기장군 동백항. 울산해경 소속 경찰관들이 차량 조수석에서 기어를 드라이브(D)에 놓은 뒤 밟고 있던 브레이크를 뗐다. 지난 3일 남매가 탄 스파크 차량이 물에 빠져 여동생(40)이 사망할 당시를 재연한 실험이었다. 사고 당시 인근 폐쇄회로TV(CCTV)에는 오빠 A(43)가 차량을 오르내린 후 차가 바다 쪽으로 향하는 상황이 찍혀 있었다.

 

해경은 사고 당시 조수석에 앉아있던 오빠 A씨를 보험사기·자살방조 혐의로 조사해왔다. CCTV 영상에 담긴 행동과 여동생 보험금 5억 원의 수익자가 오빠로 변경된 점 등을 토대로 수사가 시작됐다. 이날 차량실험은 A씨가 앉았던 조수석에서 브레이크를 뗄 경우 차량이 직진하는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해경은 이날 실험을 통해 조수석에서의 차량 조작 가능성을 확인했다. 동백항 사고 당시 CCTV 영상에는 줄곧 켜져 있던 브레이크등이 꺼진 뒤 차량이 천천히 직진해 바다에 빠졌다. A씨는 운전석에 있던 여동생의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해경은 당시 차량을 조작한 게 조수석에 있던 A씨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사고 전 A씨가 조수석에서 운전석 쪽으로 몸을 한껏 기울인 것으로 보이는 그림자가 차창 너머로 보여서다. 해경은 사고 전 한 차례 차가 후진할 때도 같은 모습을 확인했다.

 

이후 해경은 누가 차량을 조작했느냐는 의혹을 입증하는 데 집중해왔다. 지난 16일에는 현장 차량실험을 하려다 취재진이 몰려들자 철수하기도 했다. 해경 측은 비공개 실험을 통해 해당 차량이 조수석에서도 차량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해경은 이를 A씨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과로 보고 자살방조가 아닌 살인 혐의 적용 등도 검토 중이다.

 

이 사건과 별개로 부산경찰청은 지난해 7A씨 남매의 아버지가 탔던 자동차가 낙동강에 빠져 숨진 사고에 대한 재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당시 사고는 단순 사고사로 처리됐지만 동백항 사고 의혹이 불거지면서 해당 사고와 A씨와의 연관성 등을 살펴보고 있다.

 

해경은 사고 당시 CCTV 영상과 차량 전문가 분석 등을 토대로 A씨에 대한 혐의점을 포착했다. 사고 당일 영상에는 A씨가 사고가 나기 전 차량 뒷좌석과 트렁크에서 짐을 빼 차량 근처에 두는 모습이 찍혔다. 그는 사고 후 소방대원에게 "휴대전화가 들어 있으니 짐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해 짐을 되찾아가기도 했다. 그의 미심쩍은 행동은 보험 수익자 변경이다.

 

 

지난달 3일 부산시 기장군 동백항에서 40대 남매가 탄 차량이 바다에 추락해 여동생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그동안 살인 혐의를 받던 친오빠가 숨진 채 발견됐다.

 

울산해양경찰서는 3일 오후 712분께 경남 김해시 한 공사장 주변에 주차된 차량 내부에서 친오빠 A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망 원인 등을 현재 조사하고 있다.

 

앞서 해경은 A씨와 A씨의 동거녀 B씨에 대해 살인과 살인 공모 등의 혐의를 각각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A씨는 전날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고, 혼자 출석한 B씨는 구속됐다.

 

이후 해경은 A씨의 행방을 추적해 왔다.

 

A씨는 뇌종양을 앓아 운전할 수 없는 상태인 여동생을 차량 운전석에 태운 후 자신은 조수석에 탑승해 차를 조작, 바다로 추락하게 해 여동생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추락 후 자력으로 탈출했지만 여동생은 숨졌다.

 

A씨는 사건 전날 동백항을 방문해 조수석에서 차량을 움직이는 방법까지 미리 연습하는 등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건 당일 차량에 탑승하기 전 휴대전화 등 짐을 차량 밖에 놓아두기도 한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B씨는 최근까지 사고 차량의 명의자였던 것으로 알려졌고, A씨와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해경은 사건 전 여동생 명의의 보험금이 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된 후 법정 상속인이 A씨로 변경된 점 등 여러 의심스러운 정황을 발견해 수사를 벌였다. A씨는 자살 방조와 보험 사기 관련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해경 조사를 받아 왔다.

 

차량 전문가 등은 사고 당시 차가 브레이크등이 꺼진 직후 바다 쪽으로 직진한 것을 놓고도 의문을 제기한다. 차량이 출발하는 순간 차체가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더니 바다에 빠지는 순간까지도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아서다.

 

류도정 한국폴리텍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브레이크를 떼자마자 출발했다는 건 기어가 주행(D)에 있었다는 의미"라며 "출발 순간 차가 한쪽으로 기우는 경우도 드문 데다 코앞에 바다가 있는 상황에서 실수로 출발했다면 브레이크를 밟는 게 일반적인데 사고 차량은 바다에 빠지는 순간까지 느린 속도로 직진했고, 브레이크등도 들어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해경 안팎에선 이번 동백항 사건이 201812월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금오도 선착장 사고와 유사하다는 말도 나온다. 승용차에서 남편이 잠깐 내린 사이 경사로에 있던 차가 직진 후 바다에 빠지며 조수석에 탑승한 아내가 사망한 사고다.

 

금오도 사고, 기어 중립에 창문 7열려 당시 경찰은 인양된 사고 차량의 사이드브레이크가 잠기지 않았고, 기어가 중립(N)에 놓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겨울이었는데 조수석 뒤쪽 창문이 7가량 열려 있었던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었다.

 

검찰은 CCTV 영상에 남편이 사고 후에도 당황하지 않는 모습이 찍혀있고, 10억 원이 넘는 아내의 보험금 수익자가 사고 20여일 전 남편으로 바뀐 점 등을 토대로 살인과 자동차매몰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을 맡은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20199월 보험금을 노린 고의 범행으로 보고 남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광주고법은 이듬해 42심에서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과실치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금고 3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의 판단에는 차량 현장실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험 결과 사고가 시작된 특정 지점에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우지 않은 차를 중립(N) 기어로 둔 상태에서 조수석에 탄 사람이 상체를 움직이면 차가 굴러 바다에 빠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은 그해 9월 남편의 살인 혐의 무죄와 금고 3년형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차량실험 결과와 남편이 차를 미는 등 행위를 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는 점, 보험 수익자 변경을 남편이 주도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