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5. 23:51ㆍ경찰 · [ 검찰 ]
해외 도피 11개월 만에 체포된 “권도형”…미국 회사와 짜고 시세 조작
┃권도형 "성장세 지속·안정성 강하다" 현혹 / 직원들 권도형, "모두 지어낸 거짓말" / 권도형 송환 韓·美·몬테네그로 어딜까 "첫 기소 국가 우선권" / 권도형 국내 송환될까 미국·몬테네그로 기소 / SEC “권도형, 美 투자회사와 짜고 시세 조작” / 테라 '20% 수익보장'에 투자금 50배 급증 美회계사도 속았다 / 다른 미국 회사와 짜고 시세 조작
해외 도피 11개월 만에 체포된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장본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의 신병 인도를 한국과 미국 당국이 각각 요구하는 가운데 몬테네그로 당국도 그를 기소하면서 향후 송환 국가와 시기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권씨의 화려한 언사에 현혹돼 미국의 전문직 종사자들까지 속아 넘어가 전 재산을 날린 사례가 부지기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 스탠퍼드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거친 권 대표는 2018년 소셜커머스 티몬 창업자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손을 잡고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테라폼랩스는 2019년 4월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와 자매 코인 루나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권씨 등이 만들어낸 알고리즘의 핵심은 루나 공급량을 조절해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 1개의 가치를 1달러에 맞춘다는 것이었다.
또 2021년 3월부터는 테라를 예치하면 19∼20%의 수익을 돌려준다고 약속하는 '앵커 프로토콜'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AFP 통신은 24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법정에서 이날 권 대표에 대한 송환 요청과 관련해 심리가 진행되며 권 대표가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몬테네그로 경찰은 권 대표 등 2명을 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권 대표와 측근 한모씨는 전날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된 여권을 사용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 탑승을 시도하다가 적발됐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일으킨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체포된 가운데 그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한국의 수사 당국은 권씨가 복잡하고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테라·루나 생태계'라는 그럴듯한 가상화폐 구조를 설계하고, 이 시스템이 계속 수익을 창출해내는 것처럼 꾸며 투자자들을 기만한 것으로 보고 있다.…특히 그는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USD 의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다른 회사와 짜고 시세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몬테네그로가 직접 권 대표의 사법처리에 나서면서 향후 그의 신병 처리 방향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몬테네그로에서 받는 혐의는 문서 위조 혐의로, 테라·루나 사태와 직접 관련돼 기소된 미국 등으로 보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블룸버그 통신은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직후 미 연방검찰이 권 대표를 증권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했으며, 검찰이 그를 미국 뉴욕으로 송환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지고 있는 가운데 통신은 "권 대표가 뉴욕으로 보내질 경우 암호화폐 시장의 또다른 거물인 FTX 공동설립자 샘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공소를 유지하고 있는 같은 검찰청의 수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미언 윌리엄스 검사장이 이끄는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앞서 작년 12월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를 창업한 뱅크먼-프리드를 사기와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 8개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뱅크먼-프리드 역시 해외 도피 중 체포됐다는 것이 권 대표와 공통점이다. 그는 작년 12월 12일 FTX 본사가 위치한 카리브해의 바하마에서 당국에 검거됐으며, 9일 만인 같은달 21일 미국 뉴욕으로 송환됐다.
뱅크먼-프리드의 전례에 비춰보면 권 대표 역시 미 검찰의 요청에 따라 수일 내로 신속히 미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 검찰도 그를 송환하기 위해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한국 검찰은 권 대표의 신속한 송환을 위해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이지만, 미국과 싱가포르 당국도 동시에 수사 중인 탓에 절차가 매우 복잡할 전망이다.
일단 몬테네그로 발표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모두 '범죄인인도에 관한 유럽 협약'에 해당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범죄인 인도 사건 전문인 마이클 즈와이백 변호사는 블룸버그에 "범죄자를 먼저 기소한 국가가 송환에 우선권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체포 당일 뉴욕 검찰이 권 대표를 기소한 것을 두고 "미 당국이 한국 정부와 합의한 후 행동에 나섰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 형사 사건에 있어 미국 당국이 한국과 비교해 자산 압류 권한이 더 크며, 권 대표의 자산을 확보한 후 이를 한국에 일부 공여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런 종류의 국가 간 거래는 흔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어느 나라를 향하든 범죄인이 신병 인도를 거부할 경우 실제 송환 결정에 이르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즈와이백 변호사는 지적했다. FTX의 뱅크먼-프리드가 체포된 다음 신속히 송환됐으며, 곧이어 보석으로 풀려난 배경에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검찰과의 '거래'가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뱅크먼-프리드는 뉴욕에 송환된 다음날 보석금 2억5천만달러(약 3천246억원)에 풀려났고, 석방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가 실제 법원에 돈은 한 푼도 내지 않은 채 부모가 보석금의 약 10% 가치에 불과한 주택만 담보로 제공한 것이 추후 드러나 논란이 됐고, 검찰과 뱅크먼-프리드가 애초 송환과 보석을 놓고 '패키지딜'을 한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향후 미국 수사당국과 권 대표 사이 형량 등을 놓고 모종의 거래가 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달 중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연방법원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테라 유통량은 발행 초기인 2019년 6월부터 2021년 초까지만 해도 3억 테라 미만이었으나, 최대 20% 수익을 보장한다는 '앵커 프로토콜' 출시 이후 2개월 만에 10억 테라 수준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이후 '앵커 프로토콜'을 출시한 지 1년여가 지난 작년 5월에는 테라 유통량이 약 190억 테라로 폭증했는데,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된 양이 140억개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앵커 프로토콜 출시 이전(3억 테라)과 비교하면 투자액이 47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권 대표 등은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테라와 루나 외에도 다양한 가상화폐를 만들어냈다. '미러 프로토콜'이라는 이름으로 애플 등 미국 주식들의 주가를 추종하는 가상화폐 'm에셋'과 이 프로토콜의 성장에 따라 수익을 볼 수 있는 'MIR 토큰', 다른 블록체인에서도 교환할 수 있는 'w루나'(wrapped LUNA) 등 모두 5가지 가상자산을 만들어 유통했다.
이들은 복잡한 구조로 얽혀있지만, 투자액이 늘어남에 따라 전체 생태계가 함께 성장하고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식으로 홍보됐다. SEC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발행된 테라의 안정성을 투자자들이 믿게 된 데는 권씨 등의 시세 조작이 크게 작용했다고 고발했다.
특히 테라가 발행된 첫해인 2019년 11월 테라폼랩스와 자회사는 루나의 유동성을 늘린다는 명목으로 미국의 한 회사에 루나 3천만 달러(약 390억원)어치를 빌려줬고, 이듬해 9월에도 6천500만 달러(약 845억원)어치를 같은 회사에 빌려줬다.
이 회사는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지속해서 루나를 팔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물꼬를 틔웠다. 이 회사는 그 대신 루나를 시세보다 싼 값에 넘겨받으면서 차익을 봤다.
이후 2021년 5월 테라의 가치가 1달러 밑으로 급격히 떨어지자 권 대표는 이 회사와 짜고 테라를 대량으로 사들이게 했다. 이 회사가 그해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6천200만 테라를 사들이면서 테라 가격은 다시 1달러 수준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권 대표는 테라의 가치가 회복된 것이 특수한 알고리즘 덕분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SEC는 당시 이들이 시장에 개입해 테라를 대량으로 매입하지 않았다면 가치 회복이 불가능했는데도 권 대표가 이 사실을 숨겨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봤다.
이를 몰랐던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자매 코인인 루나의 가치는 이후 1년간 급등했다. 2021년 초만 해도 1달러 아래였던 루나의 시세는 이듬해인 2022년 4월 119.18달러 선까지 올랐다.
하지만 2022년 5월 스테이블 코인 테라의 가치가 다시 1달러 밑으로 떨어져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면서 권씨가 만든 시스템 전체가 붕괴하게 된다.
테라의 붕괴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지만, 테라를 보유한 몇몇 회사들이 2022년 5월 7일께부터 대량 매도에 나선 것이 주된 원인이었던 것으로 SEC는 파악했다. 테라의 가치가 무너지면서 같은 달 말까지 루나, w루나, MIR 등 도합 400억 달러(약 51조3천600억원) 이상의 시장 가치가 증발했다.
아울러 권 대표는 테라·루나가 붕괴하기 전에 테라폼랩스의 블록체인이 한국의 간편결제 앱 '차이'에서 사용됐다고 광고하는 데에도 열을 올렸다. 차이는 신현성 전 대표의 차이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결제 앱으로, 권 대표가 신 전 대표와 함께 이 회사 경영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SEC는 투자자들이 테라폼랩스의 블록체인 기술을 믿고 이 회사가 발행하는 가상화폐 루나 등에 투자하는 데 차이 앱과 블록체인 결제 관련 홍보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봤다. 미국의 한 기관투자자는 2022년 5월 트위터에 차이 앱의 테라 블록체인 사용을 주요 투자 요인으로 강조하면서 "암호화폐가 실제 세계에서 사용되는 사례를 찾고 있다"고 썼다.
하지만 여러 기록을 조사한 결과, 실제로 차이 앱 결제에 테라폼랩스의 블록체인이 사용된 사례는 없으며, 이와 관련된 홍보는 모두 거짓이라고 SEC는 결론지었다. 하지만 자신만만한 CEO의 홍보와 그럴듯해 보이는 가상화폐 시스템에 수많은 투자자가 현혹됐다.
권 대표는 지난해 1월 트위터에 "앵커(프로토콜)가 여전히 성장 국면에 있고 디파이 스테이블(코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 해자(성 주위를 둘러싼 연못)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2021년 7월에는 "장기적으로 루나의 가치는 성장한다"며 "투자자는 가만히 앉아서 내가 하는 것을 보고만 있으면 이익을 얻게 된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SEC 조사에 따르면 테라·루나 투자자들 가운데는 미국의 회계사, 정보기술(IT) 엔지니어, 약사 등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도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한 약사는 집을 담보로 40만 달러(약 5억2천만원)를 빌려 테라를 매수했다가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 버몬트주에 사는 한 화가는 아들의 대학 교육비로 마련해둔 2만 달러(약 2천600만원)를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을 봤다.
SEC는 이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있어서는 "기술적인 전문성이 부족했다"며 "투자 경험이 많지 않았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테라와 '앵커 프로토콜'에 대해 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2021년 5월부터 1년 가까이 테라와 앵커 프로토콜 시스템이 실제로 수익을 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추가 투자를 일으킨 것으로 분석됐다.
SEC에 따르면 테라폼랩스의 한 직원은 2021년 9월 동료에게 "테라에서 일하는 것이 음모론에 대한 내 믿음을 굳건하게 만든다"면서 "앵커와 미러(프로토콜), 탈중앙화의 환상, 차이(한국 결제 앱) 채택의 실체 등을 지탱하는 거짓말들이 모든 것이 안락한 의자에 앉아 위스키를 홀짝이는 한 남자에게서 나왔다"고 말했다.
SEC는 이 직원이 '위스키를 홀짝이는 남자'로 지칭한 인물이 권 대표라고 고발장에 적시했다.
'경찰 · [ 검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찰,윤관석·이성만 등 피의자 적시…"송영길 캠프 9명, 의원 등에 9천400만원 전달" (0) | 2023.04.14 |
---|---|
국수본부장에 우종수 경기남부청장 내일 발표…정순신 낙마 한달 만에 내부 발탁 (0) | 2023.03.26 |
이재명, '대장동·성남FC' 4895억 배임·133억 뇌물 오늘 기소…수사 1년 6개월만 (0) | 2023.03.22 |
강진구,'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한 장관에 대한 주거침입·스토킹 등 혐의도 (0) | 2023.02.22 |
검찰, 이화영, ‘대북송금’ 혐의로 소환…'대북송금' 김성태-이화영 등 4자대질 신문 (0) | 2023.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