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대책에 교원단체 "킬러문항 배제 환영…교육부 발표에도 교실 혼란 여전

2023. 6. 27. 03:36교육 · [ 역사 ]

사교육 대책에 교원단체 "킬러문항 배제 환영교육부 발표에도 교실 혼란 여전

 

 

국민의힘, 사교육 대책에 "교육 공정성 강화" / 민주당, "수험생 혼란 가중" / "킬러문항 기준 모호" / 교육부 발표에도 교실 혼란 여전 / "올해 수능 난이도 예측 어려워 / 학원은들 '준킬러' 상품 내놓을 예정" / 최근 3년 수능·올해 6월 모평 기준 / "고차원적 접근·과도한 추론" / 평가 기준 모호 지적 / 교육부 "공교육서 다룰 수 있는지도 중요"

 

교육부가 26일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최근 3년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올해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문항 가운데 총 22개의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가려냈다.

 

교육부는 고차원적인 접근 방식, 추상적 개념 사용, 과도한 추론 필요 등을 이유로 이들 킬러 문항을 골라냈다고 밝혔다. 올해 수능에서는 이러한 종류의 킬러 문항을 출제 단계에서부터 배제하겠다고 강조했다.

 

킬러 문항 예시를 공개한 것은 올해 수능을 약 5개월 앞두고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킬러 문항 선정 기준이 여전히 모호해 과연 킬러 문항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평가가 서로 다를 수 있고, 또한 킬러 문항 없이 어떻게 변별력을 확보할지 교육부가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의 예를 공개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이를 배제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일선 교실은 여전히 혼란한 분위기다.

 

교육부의 예시에도 킬러문항의 기준이 모호한 데다 수능일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탓에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날 오후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재수생 이모(19)씨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수능을 앞두고 정부가 계속 이런 식으로 발표하는 데 신뢰가 가지 않는다""킬러문항을 안 내겠다지만 막상 내놓고 킬러문항이 아니라고 우길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수험생 노모(18)군도 정부 발표에 대해 "학생 입장에서 불안이 덜어지는 대책은 아니다. 물수능이냐 불수능이냐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많고 정시 등급 커트라인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며 한숨지었다.

 

3 아들을 둔 학부모 권모(50)씨는 "우리 아이는 지금까지 학원을 안 다니고 공부해 왔다. 수능을 앞두고 '파이널 강의'는 듣고 싶다고 했는데 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계속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교육당국의 발표로 킬러문항의 '정의'가 더 불분명해져 외려 혼란이 가중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입시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강사는 "수학 특성상 주관식이 객관식보다 정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 정답률을 기준으로 킬러문항을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올해 6월 모의평가 수학 영역에서 '실질적 킬러문항'28번이었으나 정부는 객관식인 28번보다 정답률이 낮게 나왔던 주관식 30번을 킬러문항으로 제시했다.

국어영역 '집게발 길이' 추정 문제 등 킬러 문항"수능서 배제" 영역별로는 국어 7, 수학 9, 영어 6개다."형평성 탓 킬러 문항 배제해야"교육부가 공개한 킬러문항 22"난도 안 어려운 문제도 포함""대학서 배워야 풀 수 있어" 현재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읕 놓고는 교육계는 찬성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정부가 현실을 모르고 대책을 발표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9월 모의평가를 봐야 알겠지만 이 정도 문제를 킬러문항으로 본다면 진짜 '물수능'으로 만들겠다는 건지 더 혼란스러워졌다"고 했다.

 

정부가 2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 사례를 공개하고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한 것을 두고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보인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은 킬러 문항 배제 등의 대책이 '교육 공정성 강화 방안'이라며 환영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백년대계로 일컬어지는 교육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공교육 정상화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전 원내대변인은 "입시 불안감에 편승한 사교육에 학교는 학교대로 황폐화하고 학생과 학부모는 고통 속에 빠졌다""수능은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나와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결정을 내리는 데 이토록 오래 걸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능은 물론 교육에 있어 불공정은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남의 귀한 자식들은 '붕어·개구리·가재'로 살 것을 종용하고서 정작 자기 자녀는 온갖 편법으로 용을 만들고자 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교육부의 킬러 문항 발표가 수험생들의 혼란을 더욱 가중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즉흥 지시를 완수하려는 교육부의 행태가 눈물 난다""대통령이 배제하라고 지시한 킬러 문항의 예제를 내놓으면 수험생들의 혼란이 해소되느냐"라고 지적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수험생들의 고충을 덜어주지는 못할망정 기름을 붓고 있는 꼴"이라며 "심지어 EBS 연계 출제 조항까지 킬러 문항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교육부가 26일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교원단체들은 우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기로 한 방침을 환영했다.

 

 

다만 사교육비가 높아지는 것은 단순히 수능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다양한 원인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이므로 이번 대책이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 즉 킬러문항을 수능 출제 시 배제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교육부 발표를 지지했다.

 

이어 "교육부가 공정한 수능·입시체제 구축, 방과 후 과정 강화 등 사교육 경감 방안을 제시하고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힌 부분은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교총은 "사교육비 문제는 교육과정, 입시제도, 대학체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있는 데다, 학벌주의가 견고하고 좋은 직장은 '좁은 문'인 사회 환경에 원인이 있다"라며 "교육정책과 함께 사회·노동정책의 틀에서 종합적인 정책을 펼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해 대형 입시학원 도움 없이도 수능 준비가 가능하게 하고, 공교육 내 정규수업과 방과 후 보충지도 만으로 사교육이 필요 없도록 만들겠다는 교육부의 취지에는 크게 공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사노조는 "대학입시와 고교 정책에서 점수경쟁 교육의 폐단을 시정하지 않고 사교육이 줄어들지 의문"이라며 "한국의 유··중등교육과 관련 입시제도에 대한 과감한 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단체는 또한 늘봄학교, 교과 보충, 방과 후 과정 확대 등을 바탕으로 공교육 경쟁력을 높이려면 정부가 교원을 확충하고 행정업무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교육분야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교육과정 내 정상적인 수능을 출제하고 학교 교육 본질에 부합하는 수능으로의 개선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교육부가 공개한 국··수 킬러 문항 사례를 보면 2021학년도 수능에서 1, 2022학년도 수능 7, 2023학년도 수능 7,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7개 등 총 22개다.

 

교육부는 킬러 문항을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으로 사교육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항으로 정의하고, 교육부·현장 교원 중심으로 킬러 문항 점검팀을 구성해 킬러 문항을 골라냈다고 설명했다.

 

우선 수학에서는 최근 6월 모의평가에 수학 공통과목의 21번과 22번과 선택과목 '미적분'에서 마지막 문항인 30번이 킬러 문항으로 지목됐다.

 

22번의 경우 다항함수의 도함수, 함수의 극대·극소, 함수의 그래프 등 세 가지 이상의 수학적 개념이 결합해 공교육 학습만 받은 학생의 접근이 쉽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2023학년도 수능에서는 역시 공통과목 마지막 주관식인 22번과 선택과목 '확률과 통계'30, '미적분' 30번이 킬러 문항으로 지목됐다.

 

22번의 경우 공통과목인데도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을 응시한 수험생은 '변곡점'의 개념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다른 학생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2022학년도 수능에서는 '미적분' 29번이 대학에서 배우는 '테일러 정리' 개념을 활용해 풀 수 있다는 이유로, 같은 해 수능 '기하' 30번 역시 대학에서 배우는 '벡터의 외적' 개념을 활용해 풀이할 수 있다는 이유로 킬러 문항이 됐다.

 

국어에서는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서 '몸과 의식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다룬 지문을 읽고 추론하는 14, 조지훈의 '맹세'와 오규원의 ''이라는 시에 달린 3점짜리 질문인 33번이 전문 용어 사용, 높은 수준의 추론 등을 이유로 킬러 문항으로 선정됐다.

 

2023학년도 수능에서는 '클라이버의 기초 대사량 연구'를 다룬 과학 지문에 달린 15번과, 클라이버의 법칙을 이용해 농게 집게발 길이를 추정하는 17번 문제가 과도한 추론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킬러 문항에 선정됐다.

 

2022학년도 수능 국어에서는 '달러화'의 기축 통화 역할과 '브레턴우즈 체제'를 다룬 경제 분야 지문을 읽고 푸는 13번이 높은 경제 영역의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킬러 문항에 선정됐다.

 

영어에서는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서 33, 34, 2023학년도 수능에선 34번과 37, 2022학년도 수능에선 21번과 38번이 킬러 문항으로 선정됐다.

 

교육부는 선정 이유로 공교육에서 다루는 수준보다 어려운 문장 구조로 구성돼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교육부는 이 밖에도 올해 6월 생명과학15번 문항 등 과학탐구 4개 문항도 복잡한 추론과 계산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킬러 문항으로 꼽았다.

 

현 수능 출제 구조상 최상위 학생 변별을 위해 어느 정도 출제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학 전공자가 풀기에도 난해하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염동렬 충남고 수학 교사는 "대학에서 나오는 개념을 사용해서 좀 더 배운 학생이 원활히 문제 해결할 수 있는 건 형평성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고교 국어교사는 "(국어 킬러문항) 기준을 객관적이고 절대적으로 세우기 어렵다"면서도 "아무리 독해력이 있는 학생이더라도 텍스트 난이도가 학생 수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사고력이 발현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교원단체들도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이 나온 직후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킬러 문항 배제 방침과는 별도로 교육부의 킬러 문항 선정 기준이 모호해 수험생들의 혼란은 여전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킬러 문항을 발표하면서 정답률 등 정량적인 지표는 참고로 활용했을 뿐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킬러 문항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이 바뀐 이유에 대해서도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그간 교육부는 매번 수능 때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했다고 설명해왔다.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9학년도 수능부터 교육과정 안에서 어떤 성취기준을 충족해야 풀 수 있는지 개별 문항의 출제 근거도 공개해왔다.

 

2023학년도 수능 국어 17번처럼 EBS 교재에서 연계해 낸 문제의 경우 수험생들이 접해본 지문이라는 점에서 킬러 문항 선정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입시업계의 한 관계자는 "6월 모의평가는 쉬운 편이었는데도 킬러 문항이 나와 학생들이 웃을 것 같다""수능은 기본적으로 변별을 하기 위한 시험인데, 킬러 문항을 다 배제하면 변별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 국어, 영어는 시험 범위 자체가 '교과서 범위 내의 다양한 소재와 지문을 이용한다'고 돼 있어 킬러 문항 판정 자체가 모호하다""킬러 문항에 대한 논쟁은 계속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연석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은 "(킬러 문항 선정 기준은) 전문가마다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교육과정 안이냐, 밖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에서 다룰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기준"이라고 답변을 내놨다.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 변별력을 확보하는 문제와 관련해선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현장 교사들이 출제 기법 고도화에 참여해 현장 눈높이에 맞도록 (킬러 문항을) 스크리닝해나가겠다""이 부분은 9월 모의평가 때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킬러문항을 배제하면 '준킬러' 문항이 늘어날 텐데 준킬러 문항 대비 사교육도 존재할 것이다. 어쩌면 중위권 학생들까지 더욱 심한 경쟁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2 딸을 둔 학부모 계모(53)씨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바뀌니 정부 말을 믿기는 어렵다""학생도 학부모도 머리가 아픈데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교육 상품을 만들어내는 학원만 돈을 버는 게 아니냐"고 푸념했다.

 

또한 올해 6월 모의평가 수학영역 문항을 분석했더니 46개의 문항 가운데 6(13%)가 고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를 벗어났다고 했다.

 

다만 사걱세는 사교육비를 실제로 경감하려면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2028 대입개편에 학교 교육과정에 부합하는 수능 체제로의 개선 로드맵을 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돌봄 사교육비는 경감 효과가 있겠지만 입시 사교육비는 효과가 정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교육부 발표에) 학벌사회, 대학서열, 고교서열에 대한 (해소) 방안도 없다"고 지적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원래 교육과정 밖에서 나온 게 킬러문항이라고 얘기했는데 오늘 발표를 보니 정답률이 낮은 게 킬러문항이 됐다""더 애매해졌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날 사교육 경감 대책으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지만 근본적으로 킬러문항을 최대한 걸러내는 것으로 기대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