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8. 20:54ㆍ연예 · [ 뉴스 ]
김호중 사건이 소환한 앨범기부…선한 나눔-떠넘기기 '폭탄 돌리기'또 다른 논란에 직면했다
┃김호중 사건이 소환한 앨범기부 "함부로 처분할 수도 없고" / 좋아하는 가수 앨범 다량 구매해 보내 일각 "중복구매 상술·환경 파괴적" / 선한 나눔-'폭탄 돌리기' 복지기관 마냥 반갑지 않아 / 고향 보라색칠 여기저기 세금들인 '김호중 소리길' 어쩌나 / 김호중, ‘음주 뺑소니’ 이후 또 다른 논란에 직면
독이 되는 걸 모른다. 도를 지나친 ‘무조건적’ 애정이 오히려 스타에게 독이 되고 있다. 음주 뺑소니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호중과 학교폭력 의혹으로 방송을 하차한 황영웅에 대한 이야기다.
27일 김천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김호중 소리길'을 철거해야 한다는 글이 60여 건 올라왔다. 글을 올린 A씨는 "우리 아이들이 배울까 걱정입니다. 당장 철거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김천시는 2021년 김씨가 졸업한 김천예고 일대에 사업비 2억원을 들여 ‘김호중 소리길’을 조성하고 벽화와 포토존 등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김호중 씨 앨범이 많이 들어왔지만 음주 뺑소니 사건 이후 김씨의 앨범 처리가 안되면서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함부로 처분할 수 없다고 말했다.
8일 부산의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최근 '앨범기부' 현황을 묻는 말에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김 씨의 팬들이 응원하는 가수의 앨범을 여러 장씩 산 뒤 이를 복지기관 등에 기부하는 앨범기부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호중 씨가 음주 뺑소니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된 뒤 일부 팬들이 그의 선한 영향력 덕분에 100억원에 가까운 기부를 실천했다며 두둔했으나 이 중 75억원 상당이 기부한 앨범을 환산한 금액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 발매 첫 주 판매량(초동) 기록을 올리기 위해서, 또는 팬 사인회 등 행사 참석 확률을 높이거나 앨범 속 다양한 포토카드를 모으기 위한 목적으로 앨범을 다량 구매하고 이를 다른 기관에 보내는 것을 '기부'라는 이름의 선한 행동으로 포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 카페 등에선 지금도 특정 가수의 앨범기부를 위한 공동구매를 안내하거나 이에 동참했다고 인증하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에 너무 많은 양의 앨범을 무작정 기관에 떠넘기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던 만큼 최근에는 팬들이 기관들의 수요를 미리 파악하고 필요한 만큼만 모아 전달하는 분위기도 있다.
대구의 한 복지관이 최근 기부받은 가수 이찬원 씨 앨범은 순식간에 동 났다고 한다.
복지관 관계자는 "마니아들의 경우에는 CD를 좋아하셔서 기부된 앨범을 달라고 요청하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며 "사전에 수량을 조율해서 받기도 하고 팬들의 의식 수준도 높아져서 쓸데없는 양을 보내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아동지원 재단 관계자는 "한동안 앨범 기부가 많이 들어왔는데 아이들도 호불호가 있어 남은 앨범은 처분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기부받은 앨범을 다시 팔 수도 없고 창고에 쌓여서 최근에 몇백장을 싹 폐기해야 했다"고 전했다. 부산의 다른 장애인단체 관계자도 "솔직히 별로 유명하지 않거나 인기가 떨어진 연예인들의 앨범이 오면 쌓일 수밖에 없다. 소비가 안 되면 자체적으로 폐기 처분을 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 경북 김천시에 조성된 ‘김호중 소리길’ 존폐에 대한 의견 출동이 온라인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B씨는 "이미 드러난 범죄사실만으로도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데, 왜 김천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습니까. 범죄자를 옹호하거나 묵인하는 행동은 범죄자와 공범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이 밖에 출시된 지 시일이 꽤 지난 앨범이나 어르신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USB 형태의 앨범이 기부돼 난감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부를 한다고는 해도 팬들이 당초에 필요 이상의 앨범을 구매하는 행위가 환경에 해를 끼친다는 비판도 외면할 수 없다.
지난해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획사가 앨범 제작에 사용한 플라스틱은 2017년 55.8t에서 급증해 2022년 801.5t으로 집계됐다. 5년 만에 14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이 플라스틱은 폐기물 부담금 부과 대상이다.
음반 판매량 집계 사이트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톱400 기준 1∼12월 앨범 누적 판매량은 약 1억2천만장으로 전년(약 8천만장)보다 약 50% 늘었다.
K팝 팬들로 구성된 기후환경단체 '케이팝포플래닛' 관계자는 "앨범 기부가 앨범이 출고된 뒤 바로 버려지는 것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며 "CD로 음악을 듣는 문화가 거의 없어졌을뿐더러 전달되는 앨범 장수가 너무 많아 기부받는 기관에서도 이를 버리는 경우가 발생해 실효성이 없다는 게 팬들의 주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버리는 시기를 늦추고 주체가 바뀔 뿐 그 많은 플라스틱 앨범이 원래 용도대로 쓰이는 것이 아니기에 기부 옵션은 마치 '폭탄 돌리기'를 보는 것과 같다"면서 "기획사가 중복 구매를 조장하는 상술을 중단하는 것만이 기형적이고 환경 파괴적 문화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경북 김천시에 조성된 ‘김호중 소리길’ 존폐에 대한 의견 출동이 온라인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B씨는 "이미 드러난 범죄사실만으로도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데, 왜 김천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습니까. 범죄자를 옹호하거나 묵인하는 행동은 범죄자와 공범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이미 범죄자로 낙인찍힌 인물을 기념하기 위해 세금을 들여 만든 공간을 그대로 놔두는 것이 말이 되냐"는 주장으로 소리길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소리길이 김천에 가져다준 경제적 이점과 김호중의 형이 확정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소리길 철거가 시기상조라는 입장도 있다.
김호중 팬들이 만든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김호중 갤러리'에는 '김호중 소리길 철거 반대 성명문'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A씨는 "최근 김호중 소리길 철거 관련해서 말이 많은데, 사법적 판단이 나오지 않은 이상은 철거는 시기상조라는 글들이 올라왔다"며 "여론에 못 이겨 소리길을 철거하는 것은 시민의 세금으로 조성한 시민문화의 공간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황량했던 골목길을 번듯한 여행 명소로 둔갑시켰으며, 곳곳에 숨은 관광자원들을 찾아내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갔다"며 "팬들은 김호중 소리길을 통해 김호중의 발자취를 느끼며, 많은 영감을 얻고 위안받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처럼 김호중 소리길은 김천시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만큼 철거는 시기상조라 생각하며, 향후 재판을 통해 형이 확정된 이후에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김천시에 따르면 매년 1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김호중 소리길'을 방문했다.
실제로 김호중 소리길 인근 상인들은 김호중 팬분들이 많이 와서 장사에 도움이 된다며 팬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보라색을 사용해 간판을 꾸미거나 '김 씨 팬클럽의 집'이라는 포스터를 내걸어 놓기도 했다. 김 씨의 사진이나 응원 글을 게시해 놓은 곳도 있다.
법원은 지난 24일 김호중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사고 후 미조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이 됐을 뿐 김호중의 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한편 김천시 관계자는 "철거를 내부적으로 검토는 하고 있다"면서도 "김 씨가 구속은 됐지만 김호중 길 철거 여부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밝혔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서울 강남 인근에서 택시와 접족사고를 낸 뒤 도주했다. 사건 17시간이 지난 뒤에야 경찰에 출석했으며, 줄곧 음주 사실을 부인하다가 사건 발생 열흘 만에 음주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김호중은 휴대전화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한 뒤, 아이폰 3대가 압수되자 ‘사생활이 담겨있다’라며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 이후 논란이 일자 비밀번호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현재까지 비밀번호의 일부만 제공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팬들의 태도다. 김호중이 구속된 후 한 팬은 임영웅을 향해 “양심 있으면 이번 공연으로 번 돈에서 김호중 위약금, 구속에서 풀려나는데 꼭 보태줘라”라며 황당한 요구를 해왔다.
또 다른 팬은 김호중의 ‘선한 영향력’ 덕분에 팬들이 4년 동안 약 100억 원 가까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 나눔을 실천해왔다며, 정상참작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식이 알려진 후 비판이 이어졌으며, 그가 주장한 100억 기부 중 75억이 ‘앨범 기부’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김호중 고향에 설치된 ‘김호중 소리길’에 대한 갑론을박도 일고 있는 김호중의 범죄 사실이 알려진 뒤, 철거 요청을 하는 민원글이 여러 차례 올라왔다. 이에 김호중 팬 측은 성명문을 통해 “사법적 판단이 나오지 않은 이상 철거는 시기상조다. 자기 잘못을 시인한 후 반성하고 있는 김호중에게만 이다지 가혹한 돌을 던지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무조건적인 ‘내가수 감싸기’ 행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MBN ‘불타는 트롯맨’에 참가했던 트로트 가수 황영웅의 팬들 역시 무조건적인 애정으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바 있다.
‘불타는 트롯맨’ 참가 당시 황영웅은 학창 시절 학교폭력 논란, 폭력 전과 의혹, 전여자친구 폭행 등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결승을 앞두고 있었던 황영웅은 논란을 무시하고 결승 1차전에 참가했으나, 비난이 커지자 결국 자진 하차 소식을 전했다.
이에 황영웅 일부 팬들은 ‘불타는 트롯맨’ 방송사인 MBN 방송사 앞에서 하차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황영웅 인권사수! 기자들 마녀사냥 중단하라! 가짜뉴스 엄마들 뿔났다’라는 현수막을 내걸며 생떼 시위를 펼쳤다.
또한 MBC ‘실화탐사대’에서 과거 황영웅에게 피해를 입었던 피해자들의 증언이 나오자, 시청자 게시판을 테러하는 등 황영웅을 향한 맹목적인 지지를 이어가 대중의 비판을 받았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맞다. 팬의 입장에서 안타까울 수는 있지만 도가 지나친 행동은 대중에게 불쾌감을 야기한다. 더 나아가 스타에 대한 반감마저 키우게 된다. 건전한 팬문화를 즐기기 위해서는 팬들 역시 자중하는 법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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