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16. 11:57ㆍ에너지 · [ 자원 ]
동해가스전 개발 본격화 시추 착수비 100억원 확보…연간 1천억원씩 5년간 순차 투자
┃65년 만에 석유탐사 95번째 산유국 꿈 이어간다 / 정부, 중단된 공기업 '성공불융자' 부활도 추진 / 1959년 국립지질조사소 첫 탐사 / '대왕고래' 내년부터 연간 1천억원씩 5년간 순차 투자 / 국회 '예산 협조' 관건
정부와 한국석유공사가 오는 12월부터 '대왕고래'를 포함한 동해 심해가스전 유망구조 중 한 곳을 골라 첫 탐사 시추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우선 올해까지 들어갈 '착수비' 성격의 재원 100여억원은 현재 확보됐다.
다만 향후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기 위해 내년부터는 연간 1천억원 이상의 재원이 꾸준히 들어가야 하므로 정부가 자본 잠식 상태인 석유공사에 예산 지원을 하려면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14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는 첫 탐사 시추를 위한 착수금 성격의 예산 100여억원을 마련해 둔 상태다.
정부는 올해 12월부터 4개월간 약 1천억원을 투입해 7개의 유망구조 중 1곳에서 탐사 시추를 할 예정으로, 노르웨이 시드릴사와 시추선 임대 등 다수의 관련 용역 계약을 맺은 상태다.
당장 올해 들어갈 자금은 착수비 성격의 100여억원이다. 나머지 약 900억원은 첫 탐사 시추 작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내년에 지급될 예정이어서 내년도 예산에 반영돼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착수금 용도로) 100억원이 조금 더 확보돼 있다"며 "시드릴 사와 계약해 착수금을 줘야 하는 등 대부분이 착수금, 계약금"이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자금은 내년부터 투입돼야 한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약 20%의 성공률을 고려했을 때 향후 5년간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추공 1개에 약 1천억원씩, 5천억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지난 13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내년부터 석유공사 지원을 위해 정부 출자와 더불어 '성공불융자'로 불리는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 제도 활용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성공불융자는 해외자원개발 등 위험이 큰 사업을 하는 기업에 정부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사업이 실패하면 융자금을 면제해주고, 성공하면 원리금 외에 특별 부담금을 추가로 징수하는 제도다.
이명박(MB) 정부 당시 대규모 해외 자원개발 실패 이후 정부는 공기업을 제외한 민간 기업에만 성공불융자를 진행해왔다.
산업부는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의 정부 지원 필요성이 커진 만큼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공기업인 석유공사에 성공불융자를 재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야당은 정보 공개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시추 예산과 관련해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시추 탐사가 본격화하는 내년 이후 예산 확보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석유발견 실패 70년대 해외 의존 탐사 80~90년대 석유公 주도 98년 천연가스층 발견·2004년 생산 산유국 입성 “한국석유공사가 오는 12월부터 '대왕고래'를 포함한 동해 심해가스전 유망구조 중 한 곳을 골라 첫 탐사 시추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우선 올해까지 들어갈 '착수비' 성격의 재원 100여억원은 확보됐다.” //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에 대한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최근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 검증도 거쳤다"고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에 대한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 검증도 거쳤다"고 밝혔다. 예상지역은 영일만 38~100㎞ 범위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아 가스·석유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도 1959년 첫 석유탐사에 돌입했지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의 설움은 수십년째 계속됐다.
거듭된 실패 끝에 동해에서 천연가스층을 발견했고, 2000년대초 생산에 성공하며 세계 95번째로 산유국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적은 매장량으로 인한 경제성 논란에도 탐사를 지속했고, 이번에는 140억 배럴, 2000조원 규모의 진정한 자원 금맥을 찾았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국정 브리핑에 나서 "우리 정부에 들어와서 지난해인 2023년 2월, 동해가스전 주변에 더 많은 석유가스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하에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기업인 미국의 엑트지오사에 물리탐사 심층분석을 맡겼다"고 발표했다.
산업부는 연말부터 실질적인 탐사에 돌입, 이와 관련 내년 상반기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국내 대륙붕 탐사의 시작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59년 국립지질조사소는 전남 해남군 우황리 일대에서 최초로 석유탐사를 실시했다.
지난 1964년부터 1977년까지 포항지역에서 탐사를 실시했지만 석유를 발견하는 것에는 실패했다. 1976년부터 1981년에도 경남·전남지역에서 추가적인 석유 부존 가능성을 조사했지만, 석유생성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도 판명됐다.
1970년대에 들어서 외국 석유회사와 손을 잡고 탐사에 돌입했다. 1970년 1월1일 정부는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을 공포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대륙붕에 대한 석유탐사가 본격화되고, 투자비와 기술 모두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했지만 석유 발견에 또 실패하면서 모두 발을 뺐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에는 스스로 석유를 개발하는 것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1979년 3월 석유공사를 설립하면서 석유개발을 본격 추진했다. 공사가 주도적으로 그동안의 자료를 기반으로 탐사계획을 수립하며 석유 탐사를 추진한 것이다.
그러던 중 1998년 최초로 동해-1 가스전에서 경제성 있는 양질의 천연가스층을 발견했다. 2004년 국내 최초로 천연가스를 생산하게 되면서, 전세계 95번째 산유국 진입에 성공했다.
이듬해에는 동해-1 가스전 인근 고래8구조에서 경제성 있는 추가 가스층을 발견했다. 2015년 외국기업인 우드사이드(Woodside)와 함께 참여한 동해심해광구에서 가스를 발견하고, 이듬해 동해-2 가스전에서 생산을 개시한다.
정부가 향후 심해 유전 개발 경험이 있는 글로벌 메이저 석유기업의 투자 유치 방침을 밝힌 만큼 향후 특정 시점에 정부와 석유공사의 재원 부담은 크게 낮아질 수도 있다.
심해 유전 개발 경험이 많은 글로벌 메이저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면 한국 측의 초기 탐사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다만 개발 성과가 났을 때 투자 지분만큼 해당 기업에 이익을 내줘야 하는 측면도 있다.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외국 기업이 들어오기에 매력적으로 하면서도 국익을 최대화하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나가야 한다"며 "지금부터 몇달간이 정말 중요한 시간"이라고 밝혔다.
2022년 자원영토 확장을 위한 '광개토 프로젝트'를 수립했다. 이를 기반으로 동해와 심해를 비롯한 전해역에서 탐사작업을 수행 중이다.
한편 석유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원유·가스소비 세계 9위를 차지할 정도로 석유 의존도가 높다. 에너지 세계 4위 수입국이다. 이에 국내 대륙붕 탐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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