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승계’ 재벌 뺨치는 사조…‘3조 그룹’ 세금 한푼 안내고

2017. 10. 26. 06:20조세 · [금융 ]

편법승계재벌 뺨치는 사조‘3조 그룹세금 한푼 안내고

 

 

홍장표 경제수석도 기업 규모 상관없이 규제해야

 

일감 몰아주기로 오너 3’ 3조원대 사조그룹 꿀꺽’ ‘갓뚜기칭송 오뚜기도 일감 몰아주기 탓에 망신 중견기업 규제 미흡해 사각지대 방치 식품·자동차부품·제약 등 산업 전방위로 퍼져

 

사조그룹은 우리나라 원양어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1971년 설립된 사조는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36개 계열사(국외법인 포함)를 거느린 자산 3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조그룹은 참치캔, 맛살, 어묵, 식용유 등을 팔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친숙하다. 하지만 이 중견그룹의 기업지배구조가 어떻게 돼 있는지는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회사는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이미 오너 3로 편법 상속이 사실상 완료된 상태다. 사조를 비롯한 중견기업들이 재벌 대기업들의 편법 상속 행태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규제는 방치돼 있다.

 

사조그룹의 편법 상속 수법을 보면 대기업 뺨친다. 이 그룹의 핵심 회사는 7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사조산업이다. 그런데 사조산업의 최대주주는 오너 일가가 아닌 사조시스템즈라는 계열사(23.75%). 사조시스템즈는 부동산 임대업, 용역·경비업, 전산 등을 하는 비상장사로 대부분 계열사 일감으로 매출을 올린다. 사조시스템즈의 대주주는 장남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40·39.7%),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68·13.7%)이다. 주 회장 부자의 개인회사나 마찬가지다. 사조그룹의 지배구조는 주지홍 상무 사조시스템즈 사조산업 사조해표·사조대림·사조씨푸드 등계열사로 이어지고 있다. 지분만 봤을 때 이미 3세로 승계가 완료된 상태다.

 

주 상무는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아버지가 보유한 사조산업 지분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승계를 마쳤다. 주 회장은 20158월과 201610월에 사조산업 지분 75만주(15%)를 사조시스템즈에 팔았다. 또 사조시스템즈는 201512월 사조산업 지분 339000(6.78%)를 보유한 사조인터내셔널과 합병했다. 이렇게 해서 사조시스템즈의 사조산업 지분은 20141.97%에서 2년 만에 23.75%로 껑충 뛰어 그룹 지배력을 갖추게 됐다.




 

사조시스템즈는 주식 매입에 약 480억원을 썼는데, 매입 자금은 일감 몰아주기로 마련할 수 있었다. 1982년 설립된 사조시스템즈는 자본금이 27천만원에 불과했지만 계열사 내부거래로 빠르게 성장했다. 2010~2016년 내부거래 비중이 56~91% 등으로 계열사로부터 매출을 올렸다. 매출은 201057억에서 지난해 318억원으로 6년 사이 6배가량 늘었고, 자산도 같은 시기 241억원에서 1541억원으로 6배 이상 커졌다. 주 상무가 주 회장의 사조산업 주식 75만주를 물려받았다면 240억원가량의 증여세를 내야 했다. 하지만 주 상무는 사조시스템즈를 이용해 3조원대 그룹을 세금 한푼 들이지 않고 지배하게 됐다. 전형적인 편법승계라는 비판에 대해 사조그룹은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사조의 모습은 재벌 대기업이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주로 써먹은 편법 상속 수법이다. 삼성, 현대차, 에스케이(SK), 한화 등은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시스템통합(삼성에스디에스·에스케이씨앤씨·한화에스앤씨)이나 물류(현대글로비스) 등을 맡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승계 자금을 마련하거나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올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들 대기업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상속의 물꼬를 트고, 이를 중견그룹이 뒤따라가는 모양새다. 자산 5조원 미만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식품·제약·자동차부품·제빵·화장품·가구·건설업계 등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경제개혁연구소 자료를 보면 오뚜기, 농심, 한미사이언스, 넥센, 풍산, 에스피시, 한일시멘트, 고려제강, 영원무역, 녹십자홀딩스, 동서, 한샘 등 자산 5조원 미만 웬만한 중견기업은 대부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갓뚜기로 칭송받던 오뚜기도 일감 몰아주기 앞에선 고개를 숙인다. 오뚜기그룹은 20(국외법인 포함) 계열사가 있고, 자산은 28천억원대다. 핵심 기업 중 하나인 오뚜기라면은 지난해 매출 5913억원 중 5892억원(99.6%)이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오뚜기라면이 라면을 만들면 오뚜기는 그 라면을 사와 판매하는 방식이다. 비상장사인 오뚜기라면의 최대주주는 35.63% 지분을 가진 함영준(58) 오뚜기 회장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가져간다. 오뚜기라면뿐만 아니라 오뚜기물류서비스(78.9%), 오뚜기에스에프(75.3%%), 알디에스(72.3%), 상미식품(98.8%) 등도 내부거래 비중이 꽤 높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최근 기업 733곳을 평가한 결과, 오뚜기는 지배구조 항목에서 가장 낮은 ‘D등급을 받았다.

 

매출 전부가 내부거래인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자산 3조원대의 성우하이텍그룹의 경우 계열사인 아이존, 에이앤엠, 성우하이텍선장의 매출 100%가 내부거래다. 일감 몰아주기의 혜택을 받고 있는 3개 기업 모두 이명근(73) 성우하이텍 회장과 부인, 자녀들이 지분을 갖고 있는 가족회사에 가깝다. 아이존은 자동차 부품 제조·판매업을 하는 비상장 회사인데, 이명근 회장이 23.97%, 장녀인 이보람씨가 76.03%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아이존은 2010~2016년 내부거래가 100%였다. 일감 몰아주기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매출을 올린 오너 일가는 배당금을 두둑하게 챙겼다.

 

재벌 못지않게 중견기업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편법 상속이 이뤄지지만, 규제 장치가 미흡해 사실상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총수 일가 지분이 일정 비율(상장사 30%, 비상장사 20%)을 넘는 계열사와 200억원 또는 매출의 12% 이상의 내부거래를 할 경우 규제를 하고 있다. 반면 자산 5조원 미만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 이은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의 지배주주들이 일감 몰아주기를 지속하는 이유는 상속 등을 위한 자금 마련이 쉽기 때문이라며 일감 몰아주기가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행태라는 점에서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통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정부 대응도 주목된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수석 발탁 직전인 지난 6월 쓴 논문에서 대기업에만 적용되는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 규제를 모든 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술지인 <경제발전연구>에 게재된 이 논문에서 수직계열화한 기업에서 내부거래는 효율성을 증진시키기보다 일감 몰아주기 등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그만큼 혁신 활동을 등한시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