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공단엔 캄보디아인 女警… 하우스촌 논산엔 '이태원 거리'

2018. 8. 25. 05:29나눔 · [ 봉사 ]

안산 공단엔 캄보디아인 女警하우스촌 논산엔 '이태원 거리'

 

 

충남 논산시 양촌면 양촌파출소 인근에는 여느 시골에서 보기 어려운 이색적인 상점이 있다. 태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하모(45)씨의 가게다. 상호는 '아시안 프렌즈(Asian Friends)'.

 

10평 남짓한 가게에는 태국에서 수입한 향신료, 음료, 과자 등이 빼곡하다. 지난 22일 오후 찾아간 가게에는 동남아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드나들었다. 하씨는 "인근 농장에서 일하는 동남아 출신 근로자들이 하루에 10~20명씩 찾는다"고 말했다.

 

일꾼 부족한 농촌, 외국인 마을로 변신

 

인력이 부족한 농촌에 갈수록 외국인 근로자가 늘면서 시골 마을에 외국인 거리가 생기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경기 안산·화성·시흥시, 서울 영등포·구로구, 경기 수원·김포시, 경남 김해시 순으로 많다.

 

이날 기자가 찾아간 양촌면도 최근 들어 외국인 근로자가 급증했다. 2009년 전체 주민 6490명 중 140명에 불과했던 외국인은 9년 만에 외국인이 3배 이상으로 늘어 503명에 달한다. 불법 체류 외국인은 빠진 수치다.

 

양촌면 주민들은 "아시안 마트 등 상점이 몰려 있는 양촌약국 일대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 한국인지 동남아인지 구분이 안 된다"고 말한다. 양촌면 인천리 주민 정모(57)씨는 "저녁이 되면 양촌약국 일대에 동남아 친구들이 많이 다닌다"고 말했다. 인근 농협과 우체국의 주 고객은 외국인 근로자다. 양촌우체국 김기정 국장은 "본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국제우편으로 선물을 보내는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다"", 화장품, 김 등을 주로 보낸다"고 말했다.




 

논산시 양촌면 농민들의 주요 재배 작물은 딸기와 상추다. 농기계로 재배할 수 없는 농작물이라 일손이 항상 부족하다. 2005년쯤 상추 재배로 연 매출 100억원을 넘기는 조합이 등장하면서 일손 수요가 폭발했다. 젊은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농장주가 외국인 1명에게 지불하는 금액은 200만원을 넘는다. 월급 1687000원 외에 숙소와 가전제품, 음식, 인터넷도 제공한다.

 

외국어만 들리는 안산 산업단지 거리

 

경기도 안산 원곡동은 인근에 반월산업단지가 있어 외국인 근로자가 몰렸다. 정부가 1976년 현재 안산역 일대(당시 경기도 화성과 시흥 일대)를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하면서 공단과 배후 도시가 생겼다. 일감을 찾아 외국인이 몰렸다. 이제는 원곡동 일대가 서울 명동 거리처럼 외국인이 더 많은 곳이 됐다. 지난 2009년에는 전국 최초로 다문화 특별구역으로 지정됐다. 지난 6월 기준 안산에 등록된 외국인 수만 102개국 83000. 200833000여명에서 2.5배 정도로 늘었다. 불법 체류자나 단순 여행객까지 고려하면 12만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안산 주민 박은혜(48)씨는 "어릴 때부터 외국인과 어울려 살아 크게 거부감이 없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5시쯤 원곡동 다문화 특구 일대는 중국어 간판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안산은 외국인 중 중국인 혹은 조선족 비율이 67% 정도다. 골목을 지나다 보면 주변에서 중국어·베트남어·캄보디아어가 동시에 들린다. 외국인만을 상대하는 주민센터인 다문화 지원 본부를 따로 운영한다. 2012년에는 다문화 특구 내에 다문화 경찰센터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설치했다.

 

원곡동에 각 나라의 고유문화가 자리 잡다 보니 이를 보러 오는 내국인 관광객이 느는 추세다. 중국이나 태국의 길거리 음식도 여기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다문화 경찰센터 관계자는 "주말만 되면 가족 단위 내국인이 많이 찾는다""나라별 맛집을 안내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원곡동 다문화 특구에서 캄보디아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유진(32·8년 전 한국 국적 취득)씨는 "우리 식당은 수도권에 사는 캄보디아인이 주말마다 모이는 장소"라며 "캄보디아 사람들이 모여 본국 노래도 함께 부르며 향수병을 달랜다"고 말했다.

 

강동관 IOM이민정책연구원 연구교육실장은 "다문화 추세는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할수록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들기 때문에 내국인과 외국인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