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14. 05:10ㆍ연예 · [ 뉴스 ]
'여곡성' 서영희, 이제는 잘하는 분야 '공포 스릴러'
영화 '스승의 은혜'(감독 임대웅) '추격자'(감독 나홍진)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감독 장철수) 등 굵직한 작품에서 열연을 펼치며 공포와 스릴러 장르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킨 배우 서영희가 올가을 영화 '여곡성'(감독 유영선·제작 발자국 공장)으로 찾아왔다.
8일 개봉한 '여곡성'은 원인 모를 기이한 죽음이 이어지는 한 저택에 우연히 발을 들이게 된 옥분(손나은)과 비밀을 간직한 신씨 부인(서영희)이 집 안의 상상할 수 없는 서늘한 진실과 마주하는 미스터리 공포 영화다. 특히 '여곡성'은 한국 공포 영화 중 명작이라 손꼽히는 동명의 작품 '여곡성'(감독 이혁수, 1986)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배우들에겐 원작의 부담감도 있었을 터. 하지만 서영희는 "사실 부담감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며 예상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원작을 본 분들도 분명 있지만, 도리어 안 본 분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부담감을 갖고 시작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새롭게 보는 분들이 더 많을 테니, 저하고 나은이가 새롭게 만드는 영화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했다"고 답했다.
서영희 본인 역시 원작을 아직 보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이번 작품이 끌렸던 이유도 원작을 염두에 뒀기 때문은 아니란다. 그는 "영화가 갖고 있는 클래식함이 좋았다. 극을 보가 있자면 저에 대한 옛 추억이 떠오르더라. 동시에 저처럼 추억이 그리운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었다. 어린 친구들은 몰랐던 엄마, 아빠 시절의 옛 추억을 같이 즐기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서영희는 원작에 대한 부담감이 주는 걱정보단 연기적인 면에서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극 중 신씨 부인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부터 인자한 모습, 귀신에 홀린 모습 등 다양한 연기를 보였다. 때문에 "신씨 부인의 첫 등장부터 캐릭터의 열정과 위엄 등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제일 걱정이 됐다. 오히려 중반에 인자하게 바뀌는 모습은 제 성격이 편하게 대하는 스타일이라 덜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캐릭터의 카리스마와 위엄 넘치는 모습을 표현하는 게 힘들었다. 저를 야망 넘치는 여자라고 이해를 해주셔야 이야기가 끝까지 갈 수 있다"며 모든 촬영이 끝난 지금까지도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서영희는 "감독님이 제게 주문한 건 없었다. 다만 그냥 제일 어려운 말을 하셨다. 잘 부탁한다고"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감독님은 공포를 이미 굉장히 잘 알고 계시고 잘하시다 보니 제가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민하지 않아도 됐었다. 저는 그저 감독님이 디렉팅하면 거기에 따라 연기를 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공포영화의 묘미 중엔 음향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스산한 공포심을 자아내는 효과 적절한 음향들이 이번 영화에서 단연 돋보였다. 그러나 막상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선 음향 효과나 촬영 배경은 후에 CG작업으로 이뤄지니 상황에 몰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테다. 이에 서영희는 "무안하거나 그러지지는 않았다. 분위기가 이미 돼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며 "한옥과 한복 등 모든 게 준비 돼 있고 밤 촬영도 많은 데다 한겨울에 찍어 도움이 됐다. 음향 효과는 없지만, 스산한 바람, 삐거덕거리는 소리, 그리고 새 소리도 갑자기 들리곤 하니까 연기를 하고 나서 무안하지는 않았다"고 회상했다.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2017년 겨울에 촬영됐던 '여곡성'이다. 게다가 서영희는 닭의 피를 빨기도 하고, 또 피를 뒤집어쓰기도 하고, 우물에서 구르는 등 극한 촬영에 임했다. 서영희는 "다른 것보다 너무너무 추웠다. 괴산이 주 촬영지였는데 진짜 추운 곳이더라. 오리털 파카를 입어도 추위를 이길 수 없는 날씨였다. 스태프들이랑 참 많이 고생했다"고 밝혔다.
특히 "둘째 며느리(이재아)가 노출을 해야 하는 장면이 있었다. 하필 그날이 제일 추웠다. 저는 당시 대기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를 보며 너무 안타까웠다. 이후 영화 상영 중 둘째 며느리의 손이 클로즈업되는데 제 눈에는 꽁꽁 언 손이 보이니까 너무 안쓰러웠다. 또 촬영 내내 추웠지만, 나은이가 춥다 소리가 안 하고 잘 버텨줬다"며 자신보다도 후배들의 노고를 강조했다.
'여곡성'은 집 안에서의 고부 갈등을 그리며 대부분의 주연 캐릭터들이 여성 배우들로 캐스팅됐다. 때문에 여성 배우를 위한 대본이 별로 없는 충무로에서 몇 안 되는 '여성 중심 영화'로 관심을 받기도 했다. 서영희는 "여성 중심 영화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저희들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겠냐"며 "그래도 요즘 많아진 것 같다. 좋은 현상이다. 그만큼 다양성도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여곡성'도 그 시작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다양성' 이야기가 나오자 서영희 역시 1999년 연극 '모스키토'로 데뷔해 19년의 연기 경력을 자랑하지만, "해본 게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무술도 해보고 싶다. 와이어 타고 날아다니고 싶은 생각이 있다. 또 뮤지컬도 해보고 싶고, 해보고 싶은 것 투성"이라고 밝혔다. 이어 "작품에 대한 갈증보다는 하고 싶은 것, 해보고 싶은 게 많다. 아직 못 해본 게 많아서 저한테 뭐가 맞는지 찾고 싶다"고 했다.
'여성 중심 영화', '리메이크작 도전' 등 충무로에서도 서영희 본인에게도 '여곡성'이 갖는 의미는 크다. 그렇기에 서영희가 차후 되돌아봤을 때 '여곡성'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지 궁금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후회 없는 선택"이라고 말을 꺼냈다.
"잘한 도전이었으면 좋겠어요. 늘 그렇듯 되돌아보면 부족한 연기가 보이겠지만, 당시에는 스스로 최선을 다했던 연기였고, 거기서 배운 것도 있어서 지금의 내가 됐다는 생각을 하면서 후회하지 않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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