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2. 07:43ㆍ사회 · [ 이슈 ]
文 정부“원전은 위험” 신한울 중단 北엔 송전 건설 재개?…"우리를 고발하라" 野 초선들
文“원전은 위험” 신한울 중단해놓고 / 北에 송전하려고 건설 재개? / 정상회담 직후 만든 ‘北원전 추진 파일’ / 드러난 文정부의 모순 / 환경, 안보 차원에서도 문제 / 文 “김종인 ‘이적행위’ 발언에 격앙 / 민정수석실, 법적 대응 수순 돌입 / "한국형 경수로 기밀, 北에 넘겼나? / 文, 사실이면 이적죄" 野 총공세 / "한국형 경수로 원천기술 미국 보유 / 文정부 독자적으로 北에 제공했으면 국제 문제"로 번질 수 있어 / 野 초선들 "우리를 고발하라”
산업부 공무원들이 작성한 지난 2018년 5월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문건에는 대북 원전 지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검토 계획안이 적시돼 있다. 국민의힘 주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에서도 "국민들 동의 없이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던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며국 정조사를 하자고 압박했다. 중진과 초선 의원들도 힘을 보탰다. 초선 의원들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을 밝힐 수 있다면 의혹을 제기한 야당을 고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공소장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파일이 총 530개인 것으로 적시됐다. 삭제된 문건에는 '북한 원전 추진 구상' 등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
국민의힘이 ‘북한 원전 극비리 건설 추진’설을 제기하며 연일 정치적 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등 청와대는 매우 격앙된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文 대통령은 지난 29일 비공개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발언 수위가 선을 넘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현재 김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가 이처럼 야당 대표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법적 조치를 언급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는 것은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무분별한 흑색선전이 거침없이 쏟아져 정국은 물론 자칫 南北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에서는 이런 게 ‘포용정치’냐고 반발하지만, 신년사에서 文 대통령이 언급한 포용은 구태 정치까지 포용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강경 대응은 북한 문제에 예민한 주변국과의 관계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변국도 있는 문제인데, (야당 주장을) 저렇게 그냥 방치하면 안 된다”며 “정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북풍 공작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조한기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2018년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발전소 내용이 담긴 유에스비(USB·이동식저장장치)를 전달했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악의적 왜곡”이라며 부인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일보> 기사는 물론 거짓이고, 두 정상이 물밑 거래를 했을 거라고 은연중 연상시키는 악의적 왜곡”이라며 “당시 의전비서관이었던 나는 북한의 김창선 부장과 함께 현장에 있었다. 전세계로 생중계된 장면을 이렇게 왜곡할 수 있다니, 기가 찰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산업부 공무원들이 지난 2018년 5월 작성한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문건에는 대북 원전 지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검토 계획안이 적시돼 있다. ‘과거 경수로 건설이 중단된 함경남도 신포 지구에 원전 건설’ ‘비무장지대(DMZ)에 원전 건설’ ‘건설 중단 상태인 신한울 3·4호기를 완공해 북에 송전(送電)’ 등이다.
산업부의 이런 내용은 文 정부의 탈(脫)원전, 친환경 드라이브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들이다. 문건을 작성한 당시는 南北 정상회담(4월 27일, 5월 26일), 1차 美·北 정상회담(6월 13일)이 이어지고 있었다. 정부는 당시 南北 관계 및 북핵 돌파구를 기대하며 여러 대북 지원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文 대통령은 지난 2017년 6월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이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며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업부가 북한 원전 추진 문서를 만든 때는 이런 탈원전 기조에 맞춰 원전 폐쇄를 밀어붙이던 시점이었다.
2018년 4월 文 대통령이 ‘월성 1호기 폐쇄는 언제 결정되느냐’고 물은 것을 계기로 산업부 장관이 ‘폐쇄 의결 즉시 가동 중단’을 지시했다. 이후 시작된 경제성 평가에선 노골적인 왜곡과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렇게 文 정부가 탈원전 총력전을 벌이는 가운데 산업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안을 검토하는 문건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야당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문건대로라면 文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명분과 근거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일선 공무원이 상부 지시 없이 이런 문건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비판과 의문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신한울 3·4호기 완성 후 송전’이 검토된 것 역시 이율배반적이다. 신한울 3·4호기는 文 정부 들어 건설이 무기한 중단됐고 건설 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다음 달 이후 전면 백지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울 3·4호기의 매몰 비용은 두산중공업의 기기 사전 제작 비용(4927억원)과 토지 매입비 등을 합쳐 79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울진 지역의 급격한 경기 위축 등에 따른 손실도 40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업계와 지역사회의 호소에는 귀를 닫고 있다가 北韓 지원을 위해 180도 다른 정책을 검토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DMZ 원전 건설안’에 대해서도 ‘친환경’을 강조하는 정부의 논리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文 대통령은 지난 2019년 DMZ 관광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우리 세대가 겪은 분쟁의 시대, 자연 파괴의 시대를 벗어나야 한다”며 “미래 세대가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누리도록 평화관광·환경생태관광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19년 유엔 총회 연설에서는 남북 공동 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사업 추진도 제안했었다.
현재 대북 원전 지원 구상은 안보 차원에서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제사회는 1994년 제네바합의에 기반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구성해 함경남도 신포에 경수로 2기를 지어주기로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경수로는 핵무기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추출이 불가능하다고 봤지만 이후 기술 발전으로 평가가 바뀌었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지금은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상태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비핵화 합의나 유엔 승인 없이 북을 대화로 견인하기 위해 우리 원전 기술이나 정보를 건네려 했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북한은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 때 경수로 제공을 끈질기게 요구해 합의문에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을 논의”한다는 문구를 포함시키는 등 원전에 강한 집착을 보여왔다. 북한의 비핵화가 확실히 담보된다면 北 전력난 해소를 위해 원전 제공 등을 검토할 수 있지만, 신포 경수로 때처럼 북이 약속을 어기고 핵 개발을 계속할 경우 북핵 문제는 더 꼬이고 천문학적 돈만 날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한편 文 정부가 북한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했다는 의혹과 관련, 국민의힘은 1일 "원전 문건 안에 한국형 경수로의 기밀이 담겼는지 끝까지 진실을 추궁할 것"이라며 국회 국정조사를 재차 요구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국형 경수로 기밀이 북에 넘어갔나 진실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청와대와 정권이 北韓에 경수로 원전을 지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발뺌하고 넘어갈 상황이 전혀 아니다"라며 이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형 경수로 원천기술은 미국이 갖고 있어 우리나라가 만약 독자적으로 북한에 제공할 경우 국제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주 원내대표는 "北韓은 이미 10년 가까이 경수로 건설과 운영 노하우를 축적한 상태로 보여진다"면서 "우리가 보유한 최고 수준의 상업용 경수로 기술과 운영 방법이 北韓에 넘어간다면 北韓은 자력으로 상업용 경수로를 건설할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며 우려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文재인 대통령이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건넨 USB 안에 산업통상자원부가 비밀리에 작성한 원전 건설 지원문건(이 있다. 그) 안에 한국형 경수로의 기밀이 담겨 있지 않았는지 끝까지 진실을 추궁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전 게이트'를 두고 "이 정권의 대한민국 파괴가 보인다"고 주장한 주 원내대표는 "불법으로 탈원전정책을 몰아붙이는 한편에서 핵무기를 손에 든 김정은에게 원전을 지어주려고 한 것은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하는 이적행위에 다름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국정조사 추진 의사는 오전에도 표출됐다. 주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에서도 "국민들 동의 없이 北韓에 원전을 지어주려던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면서 국정조사를 하자고 압박했다.
이에 국민의힘의 중진과 초선 의원들도 힘을 보탰다. 정진석 의원은 이날 오전 주 원내대표와 회동 후 "국정조사든 특별검찰이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중진들이) 한목소리로 냈다"고 전했다.
강민국·김영식·김웅·전주혜·조명희·허은아 등 초선 의원들도 한 시간 뒤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을 밝힐 수 있다면 의혹을 제기한 야당을 고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선 의원들은 특히 "文 정부가 北韓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면 '이적죄'이고, 나아가 北韓이 그 원전 시설을 이용해 핵무기 개발을 하려 했다면 '여적죄'"라고 꼬집었다.
여당은 그러나 4·7선거를 앞둔 '북풍몰이'라고만 에둘렀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원내대표 회동에서 "이미 그 건은 청와대나 관련 부처에 있는 산자부·통일부에서 매우 자세히 국민들께 설명해드렸기 때문에 팩트로 이미 다 규명됐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야당이 문제 삼는 것과 관련) '큰 선거가 다가왔구나' 판단되고, 새삼 재론할 필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선거용 북풍공작"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지난해 감사원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 결과,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2019년 10월 감사원 감사 전날 444개 문서를 삭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이 삭제한 문서 가운데 '北韓 원전 추진 구상' 등이 들었다는 사실은 지난달 SBS가 입수한 공소장을 통해 알려졌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파일이 총 530개인 것으로 적시됐다. 삭제된 문건에는 '北韓 원전 추진 구상' 등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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